현직 검사가 ‘피의자의 수사대처 방안’이란 주제로 일간지에 기고문을 연재해 논란이 일자 검찰 수뇌부가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발단은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 금태섭(39ㆍ사시 34회) 검사가 한겨레신문 11일자에 실은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기고문. 금 검사는 10회로 예정된 기고문 가운데 1회에서 피의자가 됐을 때의 행동지침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고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고 조언했다. 유리한 주장을 하려고 수사에 대응하는 순간 오히려 덜미를 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2회에는 피의자 진술조서에 도장을 찍지 말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회가 나간 뒤 검찰은 발칵 뒤집혔다. “그런 걸 다 가르쳐주면 앞으로 수사를 어떻게 하란 말이냐” “혼자만 튀려면 왜 검찰에 남아 있냐” 등 성토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검찰 간부들도 금 검사의 ‘이적(利敵)’ 행위에 속을 부글부글 끓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강제로 기고를 막을 경우 엉뚱하게 외압 시비로 비화할 수도 있어 금 검사가 자진해서 기고를 철회해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간부들은 후배 검사들이 기고문에 대한 문제점을 의견 형식으로 금 검사에게 전달케 하는 등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금 검사는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 검사가 ‘연재를 시작하는 이유’에서 밝힌 것처럼 “수사 환경이 변한 만큼 수사기관과 피의자 등 형사절차의 참여자들이 공정한 게임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는 소장 검사도 적지 않다.
하지만 대검은 기고문 내용과는 별개로 금 검사가 기관장의 사전 승인을 얻도록 한 ‘검찰 공보업무지침’을 고의로 어긴 점에 대해서는 징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재 계획이 축소되거나 중단될 가능성도 있어 논란이 재점화할 수도 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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