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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영구제명'논란 이만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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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영구제명'논란 이만기 교수

입력
2006.09.1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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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황제’ 이만기(43) 인제대 교수가 요즘 힘들다. 고사 직전의 위기에 처한 씨름판의 현실을 지켜 보는 것도 가슴 아픈데,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모태인 한국씨름연맹으로부터는 ‘총재 모욕죄’로 영구 제명 조치까지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뷰 요청을 하자 이만기 교수는 상당히 곤란해 했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이 이제는 솔직히 두렵다. 씨름발전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것 자체를 연맹이 용인하지 않고 있는 상황 아니냐”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만기 교수는 13일 오전 연맹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 씨름의 미래를 위해 "총재와 터놓고 대화하고 싶다"

-민속씨름 출범 이래 최대 위기상황이다. 씨름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나.

“먼저 이런 인터뷰 자체를 연맹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스럽다. 언론을 통해 씨름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는 것도 비방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니냐. 어디 가서 함부로 말을 하는 것도 두렵다. 우선 씨름이 인기가 떨어진 이유는 경기가 체중 위주로 갔다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기술적인 부분이 퇴보했다. 우리나라 정서는 작은 사람이 기술을 이용해 큰 선수를 이기는 걸 좋아한다. 제도적인 부분에서 연맹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겠다.”

-경기 운영방식에 있어 인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선수와 관중이 더 가까이 호흡해야 한다. 지금 씨름 경기장을 한번 봐라. 선수와 관중 사이가 멀찍이 떨어져 있고 그 사이에 진행요원과 광고판이 자리잡고 있다. 관중들은 모래가 직접 자신들 앞에서 튀고 선수들의 숨결과 땀을 느낄 수 있을 때 좋아한다. 현장에 직접 보러 오는 이유가 뭐겠는가. 이종격투기가 인기 있는 이유도 바로 리얼함 때문이다.”

# 발전 위한 발언, 비방으로 오해… 대화합 절실, 관중친화시설·리그전 등 활성화안 연내 발표

-우리와 달리 일본 스모는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스모의 인기는 국민성도 한 몫 한다. 일본은 최고를 지향하는 문화가 있고 우리나라는 강자보다 약자에 호응하는 정서가 있다. 스모는 진행석 심판 외에는 진행요원이 보이지 않는다. 선수와 관중이 밀착돼서 진행된다. 스모협회의 탄탄한 조직력도 인기 유지에 중요한 밑거름이다. 또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 경기인 출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정적인 면에서 정부와 지방단체의 지원을 받아 탄탄하다.”

-연맹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씨름인들은 커뮤니케이션 부재를 꼽는데.

“그 동안 연맹에 대한 현장 씨름인들의 실망감이 너무 컸다. 총재가 씨름인 출신이 아니라는 점도 대화를 막는 요인이다. 자기 소명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과거 연맹 총재들은 그렇지 못했다. 연맹 내부의 인사도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못했다.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연맹 총재와 대화는 시도해봤나.

“몇 번 시도했었다. LG와 신창건설 씨름단 해체시 이준희 선배와 함께 총재 면담을 신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씨름 1세대를 대표하는 우리 두 사람의 면담을 거절한 총재의 의중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퇴진 운동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을 개선하자는 것인데 자꾸 무슨 말만 하면 퇴진운동 운운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툭 터넣고 연맹과 대화를 통해 풀 생각은 없는가.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지금의 사태가 씨름인들 전체의 갈등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연맹쪽에서 씨름계 전체의 문제 제기를 이만기 개인의 문제로 비화시키고 있다. 나 역시 많은 씨름인들 중 한 사람일 뿐이다. 솔직히 영구제명 조치에 대해 당사자가 알기도 전에 보도자료를 내야 하나? 본인이 결과를 통보 받기 전에 언론이 먼저 보도한 것은 유감이다. 그리고 징계 절차가 근본부터 틀렸다. 상벌위원회가 아니라 징계위원회가 열렸어야 한다. 상벌위는 대회 운영 도중 잘못을 저지른 선수나 심판에 대해 벌을 주는 기구다. 총재 모욕과 같은 사안은 연맹 사무총장과 이사들이 참석하는 징계위에 회부됐어야 한다. 연맹 이사들이 배석하는 징계위원회가 열렸다면 내가 영구 제명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만약 김재기 총재가 대화를 허락한다면 무엇부터 건의 할 텐가.

“씨름을 살리는 큰 차원의 대화합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전의 서운한 감정들을 다 털어버리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싶다.”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씨름에 대해 언급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큰 틀에서 보자면 지역과 씨름이 함께 나가는 것이다. 또 경기운영에 있어서 세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경기장 시설을 관중 친화적으로 바꾸고 규칙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종전 토너먼트 방식에서 탈피, 리그전도 검토해 볼만한 여지가 있다. 아직 구체적인 것은 말할 시기가 아니다. 하지만 올해 내에 씨름 활성화 방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표할 생각이다.”

-만일 새로운 씨름의 통합단체가 창설된다면 앞장서서 일할 용의가 있는가.

“적극적으로 참여는 하겠지만 상근직은 아니다. 교수의 본분은 지키면서 일하고 싶다. 무엇보다 한 단체의 장을 맡기에는 내 나이가 아직 젊다. 경험이 더 필요하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 김재기 총재 "이교수, 유사단체 손 떼면 문제 해결"

“씨름 연맹의 문호는 개방돼 있다. 이만기 교수가 원한다면 언제나 만날 수 있다.”

한국씨름연맹 김재기 총재가 최근 영구 제명된 이만기 인제대 교수와 만나겠다고 13일 밝혔다. ‘이만기 교수가 총재와 면담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소리에 김 총재는 “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취미다.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몇 씨름인이 장사 타이틀을 반납하겠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상금도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천하장사를 영구 제명한 이유를 묻자 김 총재는 “나는 상벌위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이만기 교수가 유사단체(한국민족씨름위원회)를 조직했기에 상벌위에 회부된 것 같다”고 했다. “유사단체와 관련을 끊으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이만기 교수는 천하장사 출신으로 씨름의 상징”이라면서도 “하지만 씨름은 천하장사의 것이 아니라 한민족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재기 한국씨름연맹 총재가 개인사업 동업자의권리행사를 방해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 받아 최근 씨름계 내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안동범 판사가 13일 김 총재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이씨를 포함한 '반대그룹'에 공격의 빌미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김 총재가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유죄가 확정될 경우 씨름연맹 수장(首長) 자리를 유지하기는 경기단체 정관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상준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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