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1야당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가 임기 2년의 당 대표에 재선됐다. 압도적 우위로 형식적인 총재선거를 치르고 있는 집권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에게 진짜 상대가 정해진 셈이다.
오자와 대표는 12일 민주당 대표선거에 단독 입후보, 무투표로 당선됐다. 가짜 이메일 제보 사건으로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 지난 4월 구원투수로 등장한 오자와 대표를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실현하겠다는 민주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이다.
오자와 대표는 이에 부응하듯 ‘타도 아베’를 외치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그가 발표한 정책구상도 아베 장관과의 차별화에 역점을 두었다. ‘강한 일본, 의지할만한 일본’을 외치는 아베 장관의 지향점이 ‘아름다운 국가 일본’이라면, 오자와 대표의 그것은 ‘상식적인 보통국가 일본’이라고 할 수 있다. 선동을 배제한 상식의 정치, 국가간의 공생 등을 기본 이념 및 정책으로 제시한 오자와 대표는 우익으로 기운 아베 정치를 확연하게 부각시킴으로써 온건 보수층을 흡수하는 전략이다.
오자와-아베의 진검승부는 내년 여름 개최되는 참의원 선거에서 펼쳐진다. 여당의 고전이 예상되는 이 선거에서 자민-공명당 연립이 과반수 의석 획득에 실패할 경우 아베 정권은 단명으로 끝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선거의 귀재라고 불리는 오자와 대표는 참의원 선거 승리를 위해 벌써부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자와 대표는 아베 장관의 등장을 내심 즐기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현 총리 노선의 계승자라고 할 수 있는 아베 장관이 차기 총리가 되면 그만큼 대립축이 분명해지기 때문에 상대하기 쉽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당수토론을 붙여보면 두 사람의 경륜과 능력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토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오자와 대표가 최근 “당수토론은 될 수 있으면 많이 하고 싶다”고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자와 대표는 헌법개정 등 안보 문제에서 당내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등 과제도 많다. 그러나 백전노장인 그의 등장은 대북 강경책으로 하루아침에 지도자 반열에 우뚝 선 아베 장관에게 커다란 벽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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