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77달러 직전까지 올랐던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 60달러선을 허물 기세다. 이 영향으로 철 구리 금 등 기타 원자재 가격도 동반 하락 중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 종가에 비해 1.85달러(2.8%) 떨어지면서 7일 연속 하락, 2월 이후 최저치인 배럴당 63.76달러를 기록했다. 10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2.5% 하락한 배럴당 62.95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배럴당 61.26달러로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급락은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의 성장 둔화에 따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국제 석유수요가 하루 8,470만배럴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한 달 전 전망치에 비해 10만배럴이 줄어든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1일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결의하고 이스라엘-헤즈볼라 분쟁이 일단락되는 등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든 점도 국제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특히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의 거품을 부풀려 온 투기세력이 최근 투자금 청산에 들어가, 하락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2001년부터 5년간 지속된 ‘슈퍼 랠리’가 끝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2001년 말 배럴당 17달러였던 국제유가는 올해 7월 77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메르츠방크의 폴 맥레오드 부회장은 “분위기가 바뀌었다”면서 “최근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털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미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고 중국 정부도 경제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원자재시장 랠리가 마무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의 제임스 거트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장기 상승장은 끝나지 않았으며,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은 순환적 약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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