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가격 급등 현상과 관련, 정부가 13일 전세자금 지원액을 1조6,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증액하는 등의 긴급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대책 대부분이 이미 발표됐던 것을 재탕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정부가 이번 전세난을 계절적ㆍ일시적 현상이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인식과 대책이 안이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13일 권오규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당초 1조6,000억원이었던 올해 영세민ㆍ근로자 전세자금 지원액을 2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주택금융공사의 보증 대상을 신용 1~8등급(전체 10등급)까지로 확대하고 9~10등급의 영세민도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의 은행 양도방식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금융기관의 협조를 유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대책들은 전세난 조짐이 일어나기 이전인 지난달 31일 열린 8ㆍ31대책 1주년 당ㆍ정ㆍ청 부동산정책회의 때 나왔던 것이어서 ‘재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전세난의 장기 해결책으로 임대 주택 확대 방안도 내놓았으나, 역시 새로운 내용이 아니어서 약발에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결국 새로 발표된 내용은 전세 가격 및 수급상황, 지방자치단체별 부당 임대차 신고센터 운영실태, 민간 전세금융기관의 대출운영 실태에 대한 현장조사 정도인데 큰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세난을 가져온 원인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최근 전세난은 계절적 일시적 현상이며 예년처럼 10월 이후가 되면 다시 안정될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이번 전세가격 상승에는 가을 이사철과 ‘쌍춘년’ 결혼 러시에 따른 수요 증가의 측면이 크며 여기에 2004년의 전세값 하락에 따른 반발성 현상, 주택가격 하락을 예상한 주택구매 수요의 전세수요 전환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세난은 공급 부족에 따른 것”이라며 “특히 중소형 아파트 물량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인데도, 공급부족 해결 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업계는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도록 과도한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하며 지나치게 까다로운 전세자금 대출 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도 정부의 전세대책에 대해 논평을 내고 “정부의 대책은 그 동안 전세난이 심해질 때마다 제시돼 실패를 반복했던 ‘재탕 대책’이며 전세난 원인에 대한 판단도 안이하다”며 “주택임대차 보호법을 고쳐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고, 전세의 월세 전환율도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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