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테러 5주년 기념행사가 끝난 지 하루만에 시리아에서 미국 대사관을 목표로 한 무장 괴한들의 차량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12일 오전 9시40분께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미대사관 앞에서 차량 자살폭탄을 감행하려던 무장세력과 시리아 경찰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져 무장세력 3명이 사살되고 한명이 부상해 체포됐다고 시리아 내무부가 밝혔다. 20여분간 계속된 총격전에서 또 시리아인 대사관 경비원 1명이 숨지고 인근 중국 대사관 옥상에 있던 중국인 외교관이 총탄에 맞아 부상했다. 대사관의 미국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당국은 자동소총 수류탄 등으로 중무장한 이슬람 무장세력들이 폭발물을 가득 실은 차량을 이용해 자살 테러를 기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장세력이 몇 명이고, 몇 대의 차량이 동원됐는지, 또 이들이 차량을 폭파시켰는지 등에 대해서는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시리아 방송은 이들이 두 대의 밴에 나눠 탔으며 이중 한대가 폭발물을 싣고 있었으나 폭파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AP 통신은 목격자를 인용, 두 명의 무장괴한이 대사관 앞에서 경비요원에게 총격을 가한 뒤 차량을 폭파시켰다고 보도했다. AFP 통신은 시리아 보안군이 수상한 차량이 대사관으로 접근하는 것을 보고 총격을 가하자 차에 타고 있던 괴한들이 차창을 통해 대사관과 주변 건물에 수류탄을 던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테러의 배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시리아 내무부는 테러리스트들이 이슬람 근본주의자 단체인 ‘타크피르 그룹’소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CNN은 이마드 무스타파 주미 시리아대사의 말을 인용해 알카에다의 분파인 ‘주드 알 살람’의 소행으로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9ㆍ11 테러 5주년이던 11일 알카에다의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다음 테러의 목표는 이스라엘과 걸프만 국가”라고 경고한 지 몇 시간만에 일어났다는 이유로 알 카에다의 소행이라는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영국의 BBC는 미국과 시리아의 긴장관계 속에서 터진 이슬람 과격 분자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의 분쟁 당시 시리아를 헤즈볼라에 대해 무기지원을 하는 배후세력으로 지목하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 때문에 시리아 내에 반미감정이 격화됐고, 시리아 내 이슬람 과격 분자들이 테러를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시리아에서는 지난 6월과 2004년에도 시리아군이 이슬람 과격 무장세력들과 교전을 벌인 바 있었다.
AP도 사건 당시 무장 괴한들이 차량에서 내려 “알라는 위대하다”고 외치고 총을 난사했다는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사건은 시리아 내 반미주의자들의 테러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테러 직후 콘돌리사 라이스 미국무부 장관은“이번 사태에서 희생을 아끼지 않은 시리아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밝힌 뒤 “현재로서는 테러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말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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