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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초대권, 답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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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초대권, 답이 없나?

입력
2006.09.1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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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작가로 나를 소개하면 사람들은 어김없이 공짜 공연을 보여 달랜다. 관계자는 물론이고 처음 보는 사람조차 그렇게 요구하고, 거절하면 영악한 사람 대하듯 나를 훑어본다.

그 완고한 관행과 일일이 싸우자니 피곤하고 지키자니 약이 올라서, 한번은 작가료로 티켓을 사서 보여주기도 했다. 사람들이 제법 각성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여, 이후로 그런 자해 카드는 두번 다시 꺼내들지 않는다.

● 옷은 사면서 공연은 공짜 바래

왜 사람들은 돈을 내고 옷 사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공연은 공짜로 즐기려는 것일까. 극장문화 없이 마을을 도는 유랑 광대들에게 술추렴, 밥추렴을 해주면서 공연을 즐긴 한국적 전통이 유전자에 각인되었나. 아니면 가난에 사무쳤던 역사를 겪느라 손에 잡히는 물질만 중시하고 정신적 가치는 무시해온 관행 탓일까.

아마 그 단적인 예가 겉으로는 문화강국을 외치면서도 수해가 난 날 대통령이 연극을 보았다고 노름이라도 한 냥, 문제 삼았던 태도일 것이다(대통령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공연문화를 무시하는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이다).

물론 초대권의 원인에는 공짜 밝히는 관객만이 아니라 초대권으로 객석을 채워야 하는 공연예술의 현실도 한 몫 작용한다. 비교적 대중성 있는 연극도 요즘엔 스타를 기용하지 않으면 객석을 채우기 어렵고, 무용이나 음악은 아직도 관계자들의 파티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뿐인가. 지원은 받으면서 그에 상응하는 작품을 못 만들어내는 국공립 단체에 초대권을 없애라면 기함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관례들이 결과적으로 관객들에게 공연은 공짜로 즐긴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아닌지 또 능력 없는 예술가들을 퇴출시키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지점이다.

지난 여름엔 이 악습을 더 못 견디겠는지 몇 명의 기획자들이 연합하여 초대권을 없애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벌써부터 누구는 공짜로 보았는데 누구는 돈을 내고 보았다는 둥, 그 친구들 공연은 안 본다는 둥 뒷말이 무성하다.

● 대통령은 티켓 사서 봤을까

평론도 하는 나로서는 일년에 수백편의 연극을 봐야 하고 그 공연에 일일이 돈을 내다간 살림을 거덜내겠기에, 전문가들을 위한 여지가 조금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모 아니면 도'의 비전만 있는 상태다. 입장이 다른 상황을 합리적으로 고려해서 많은 사람이 납득할 상식이 작용하면 좋을 텐데 말이다.

가령 초대권 역시 갑자기 근절하는 것이 아니라 객석의 십 퍼센트 정도만 초대를 용인해주는 식으로 중간단계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유연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한 가지 궁금함! 대통령과 각료들은 수해가 난 날 티켓을 사서 공연을 관람했나? 초대를 십 퍼센트로 국한한다면 여기에 누굴 포함시켜야 하나?

김명화ㆍ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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