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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盧정권·보수신문의 '감정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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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盧정권·보수신문의 '감정 싸움'

입력
2006.09.1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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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자유무역협정과 전시작전통제권. 이 두 사안만큼 노무현 정권과 보수신문의 독특한 면모를 적나라하게 폭로해주는 것도 없을 것 같다. 양쪽은 불구대천의 원수인 것 같지만, 사실상 서로 돕는 기묘한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노 정권부터 보자. 두 사안 모두 국가와 민족을 위한 웅대한 비전이라는 노 정권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로 하자. 문제는 절차와 과정이다. 둘 다 낙제점이다.

노 정권은 심심하면 대화와 토론을 강조하고 스스로 '참여정부'라는 간판까지 내걸었으면서도 중대한 사안일수록 혼자 결정하고 혼자 밀어붙이고 반대파를 모욕하는 독선ㆍ독단ㆍ독주를 자주 저지르고 있다. 도대체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넘겨 주겠다는 대연정은 왜 제안했었는지, 지금 노 정권이 소꿉장난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아심마저 들 정도다.

● '이해관계 따라 멋대로' 닮은꼴

둘 다 모두 성사만 시키면 노 정권은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게다. 이런 욕심의 문제를 간파한 전 청와대 경제비서관 정태인은 노 정권의 한미자유무역협정 시도를 '한건주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보수신문들은 정태인의 그런 비판을 어떻게 다루었던가? 노 정권에 내부비판이 없다고 목청을 높여온 평소 주장대로라면 정태인의 '내부고발'을 일단 높이 평가해야 마땅한 일이었다. 그러나 보수신문들은 정태인을 혹독하게 비난했다. 노 정권 내부 기강까지 문제삼았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에 대해 노 정권에 몸담았던 고위 인사들이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나섰다. 정태인 사건에 비추어 보자면 보수신문들은 그들을 비판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보수신문들은 이번엔 내부비판의 소중함을 역설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이 한미자유무역협정 추진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나서자 이건 또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보수신문들이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들은 한미자유무역협정은 적극 지지하는 반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적극 반대하기 때문이다. 사안에 대한 찬반에 따라 내부비판의 가치도 춤을 추는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무수히 많다. 일관된 원칙이 없이 당파적ㆍ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건 노 정권과 보수신문들의 공통점이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양쪽은 상대편을 극도로 불신한다. 자신의 문제점은 망원경으로도 보지 않으려 하는 반면, 상대편의 문제점엔 현미경을 들이댄다. 그래서 얻는 게 무언가? 노 정권은 보수신문들을 열성 지지자 결집과 자신의 무능ㆍ과오에 대한 '면죄부'로 활용하는 반면, 보수신문들은 노 정권을 당파적ㆍ상업적 목적에 활용하고 있다.

이런 적대적 공생관계에서 이익을 더 많이 남기는 쪽은 보수신문들이다. 노 정권 지지도와 보수신문 지지도는 상호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노 정권은 10%대 지지율을 기록함으로써 보수신문들을 키워주는 1등공신이 되었다.

● 국민을 공범 만드는 국가적 비극

국가적 비극이다. 노 정권과 보수신문들은 상대편의 주장을 악의적으로만 해석해 갈등을 증폭시키고 없어도 될 갈등까지 만들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당파적ㆍ정략적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중간파 언론이 주류 언론으로 우뚝 서지 않는 한 이런 비극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국민은 이런 한심한 싸움의 피해자인 동시에 공범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신문 선택이 갖는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자학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싸움을 욕하면서 즐긴다. 중간파 언론의 공정성을 싱겁다고 폄하한다. 게다가 '1등'이라고 하면 우우 몰려다니는 버릇마저 갖고 있다.

노 정권과 보수신문들 사이의 갈등은 본질적으로 이념ㆍ정책 싸움이라기보다는 감정ㆍ오기 싸움이다. 양쪽 모두 그간 상대편의 약을 올리는 데엔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해왔다.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가 그렇게 노는 것도 좋겠지만, 그 와중에 나라가 휘청대니 그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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