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통령으로 통하던 딕 체니 부통령이 부쩍 ‘힘이 빠졌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미 언론들은 체니 부통령에 대한 이 같은 평가가 9ㆍ11 테러 5주년을 맞고 있음에도 불구, 이라크전이 바닥을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0일 체니 부통령은 9ㆍ11 테러 이후 대 테러전의 총사령관인 미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비밀도청 프로그램 등의 정책을 주도해 왔으나 이제 그의 권력이 ‘의문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가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은 지난 5개월 동안 전ㆍ현직 백악관 보좌관, 외교관, 의원, 체니 부통령의 친지 등 45명을 직접 인터뷰한 결과다. 체니 부통령의 권력 약화에는 이라크전 상황 악화, 영장없는 비밀도청을 둘러싼 인권침해 논란, 미 중앙정보국(CIA)의 해외 비밀수용소 인정, 테러용의자 군사재판에 대한 위헌판결 등의 악재가 작용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내의 새로운 권력지도와 관련해선 체니 부통령과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간 갈등설도 제기된다. 최근 부시 대통령이 CIA 해외 비밀감옥을 인정하고 이 곳에 수감됐던 테러용의자들을 관타나모 수용소로 옮긴 것은 라이스 장관의 주도로 이뤄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체니 부통령과의 관계가 불편해졌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체니는 외교문제에 경험이 없던 부시 대통령에게 그 누구의 도전도 받지 않는 조언자였으나 지금은 라이스 국무장관,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담당 보좌관과 경쟁을 하는 처지”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정작 라이스 장관은 “아직도 대통령과 1대1로 점심을 먹는 사람은 부통령”이라고 반박했다.
체니 부통령도 자신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내가 모든 걸 주무른다고 하는 것 만큼이나 부정확한 보도들”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체니 대통령의 옹호자들 조차 체니 부통령의 권력이 2003, 2004년 절정기를 지나 쇠락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체니 대통령이 대북 정책에 있어서는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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