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북한 화보/ 7월 '미사일 쇼크' 직후의 예상밖 北풍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북한 화보/ 7월 '미사일 쇼크' 직후의 예상밖 北풍경

입력
2006.09.12 00:06
0 0

프랑스 국적으로 북한을 비교적 자유롭게 왕래하는 강남대 김필영(53ㆍ국제학부) 교수가 북한 미사일 발사 쇼크 직후인 지난 7월 2주간 북한을 방문해 카메라에 담은 현지 모습을 본보에 보내왔다. 한국 카자흐스탄 학회장인 김 교수는 사업컨설팅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

1년8개월 만에 다시 방문한 평양은 현대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국제사회를 시끄럽게 한 미사일 발사 파장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 곳곳에는 새로 단장한 건물들이 눈에 부쩍 많이 띠었다. 건물 외벽을 새로 칠하면서 색조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 모양이다.

평양시내 가로수에 부착된 수많은 현수막에는 ‘평양을 아름답게 건설하자’는 구호들이 나부꼈다. 보도블록의 다양한 색상과 기하학적 무늬가 현대화 물결을 웅변한다. 대동강변 정리 공사도 한창이었다.

여성들의 옷차림 또한 많이 달라졌다. 색상이 화려해졌고 한복이 확연히 줄었다. 예전엔 가슴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다니는 여성을 볼 수가 없었는데…. 젊은이들은 한국 젊은이들처럼 배낭 같은 가방을 메고 다닌다. 예전의 촌스러운 가방이나 보따리는 구경조차 힘들었다.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민과 컴퓨터사진관까지 생겼다. 콜택시도 다닌다. 택시 정류장 옆 가로수에 설치된 전화기는 전에 볼 수 없던 모습이다. 한국의 통일교 계열사가 북한에 세운 평화자동차사가 이탈리아의 피아트를 조립해 만든 소형 택시 ‘휘파람’이 눈길을 끌었다.

평양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평성에는 북한에서 제일 큰 장마당이 있는데, 장마당 입구에 ‘남조선 상품은 팔 수 없다’고 쓴 경고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 상품들이 매대에 버젓이 자리 잡고 있었다.

평양의 거리나 공원에는 작대기에 낀 아이스크림인 ‘에스키모’를 파는 상인들이 있다. 하교나 퇴근길에 이곳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것을 보면 여름철 최고 인기상품인 것 같다. 에스키모는 1개에 300원. 북한의 중간 수준 월급이 5천~7천원이라 하니 웬만한 사람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사치품이다.

미 달러화의 시장시세도 올랐다. 공식환율에 따르면 1유로가 178원이고 1달러는 139.4원이지만 실제로 거래되는 달러화 시세는 2만8천원이다. 2004년 방문 때 1만7천원이었으니 그새 엄청나게 오른 셈이다. 지난번 시민들은 생활이 나아졌다고 하면서도 시장경제 도입으로 빈부 격차가 생기는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현상이 도처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순안 공항에서 짐을 부칠 때의 일이다. 나는 베이징 공항을 경유해 인천공항으로 귀국하기 때문에 도중에 짐 분실을 걱정해 22 킬로그램이나 되는 여행용 가방을 직접 들고 탈 생각이었다. 그런데 고려항공 여직원이 짐을 인천까지 부쳐주겠다고 했다. 예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가방은 평양의 꼬리표를 달고 무사히 인천에 도착해 있었다.

글ㆍ사진 평양=김필영 강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