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발표된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방안(노사관계 로드맵)을 놓고 주요 대기업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현대ㆍ기아차그룹 등 강성 노조의 파업으로 매년 곤욕을 치루는 자동차 업계의 경우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다. 반면 삼성, LG, SK, 포스코 등 비교적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한 곳은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동차 업체들은 ‘복수노조 설립 허용’이 3년간 유예된 것을 가장 아쉬워하고 있다. 당초 방침대로 내년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 생산직 직원은 의무적으로 노조에 가입하는 ‘유니온 숍’ 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성 노조의 연례적인 파업으로 현대차의 최근 10년간 매출손실이 1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며 “강성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합리적 대안을 갖고 있는 다양한 근로자 집단과의 교섭을 허용하는 복수노조 체제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등은 전임자 임금 지급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는 이날 내놓은 입장 발표문에서 “재정여건이 풍족한 대기업 노조는 어떤 경우에도 전임자 임금지급이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으로 매년 46억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조가 없거나 노사 관계가 원만한 삼성, LG, SK, 포스코 등은 3년 유예안에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안정된 노사관계를 꾸려가고 있는데, 굳이 판을 흔들만한 변화를 가져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은 “노사정 합의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이 이례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을 감안하면,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을 뿐이지 적극적 환영의 표시인 셈이다. 2명 이상의 종업원이 모이면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복수노조가 3년간 유예됨에 따라, 삼성은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하기가 한결 수월해 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전경련과 경총 등 주요 재계단체의 반응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노사정 합의에 재계측 당사자로 나선 경총은 “일부 아쉬운 점은 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경총 관계자는 “직권중재 제도가 폐지된 것은 아쉽지만 파업이 일어나면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범위가 공익사업장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됐다는 점에서 노사가 상생의 타협을 이룬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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