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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리? 오해? 기름값의 진실은

입력
2006.09.1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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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인 가격 부풀리기인가, 터무니 없는 비난인가.

오르기만 하고 내리지는 않는 기름값과 관련, 정유업체들에 대한 운전자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정유업체들의 가격 부풀리기 의혹을 공식 제기함에 따라 기름값 거품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가격 부풀렸나

진수희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국내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데는 국제유가 상승 뿐만 아니라 국내 정유업계의 가격 조작에도 원인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상 기름값은 정유업체들이 책정한 세전 공장도가격에 각종 유류세와 주유소 마진이 포함된 것인데, 세전 공장도가격이 높게 책정되면서 기름값이 그만큼 부당하게 올랐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한국석유공사가 각 정유사의 공장도가격을 조사해 고시한 석유제품의 세전 평균 공장도가격은 ℓ당 483.30원. 그러나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실제 판매한 평균가격은 고시된 평균가격보다 55.70원 낮은 427.60원이다. 즉 소비자들이 기름을 살 때 ℓ당 55원70전을 더 냈다는 것.

진 의원은 지난해의 경우 판매된 각종 석유제품의 고시가와 실제 판매가의 차액이 2조9,000억원이며 1998년부터 8년동안 국민이 추가 부담한 기름값의 규모는 19조6,000억 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정유시장이 공급과잉 상태여서 정유사들이 고시가격(도매가격)보다 싸게 기름을 주유소에 팔 수 밖에 없다"며 "이는 정유사간의 경쟁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A정유사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2002년에 비해 2006년 상반기까지 174% 올랐는데도 국내 휘발유 세전 공장도가격은 66%상승에 그쳤다"며 "정유사 입장에서는 국제유가가 뛰어도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 유가 상승분 만큼 제대로 올려서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기름값 내릴 여지 없나

정유업계는 나아가 국내시장에서 폭리를 취하기는 커녕 제대로 이익을 내기도 어려워 해외수출로 이를 벌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A정유사 관계자는 "기름판매와 관련된 영업이익은 2~3%밖에 안된다"며 "정유사의 이익증가는 국내 기름값을 높게 책정해서가 아니라 해외 자원개발 및 벤젠 등 중국의 화학제품 수요 급신장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정부가 관련 세금을 깎아주지 않으면 기름값을 인하할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B사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는데 어떻게 가격을 내리나. 정유사도 기업인데 손해를 보고 영업을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5년까지 국제유가와 시중 휘발유 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상승시에는 조정 계수가 1.242, 하락시에는 0.740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가 하락할때 휘발유 가격 인하폭이, 상승시 인상폭의 절반에 불과한 셈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유사가 고시가격을 높게 책정해도 주유소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것이 바로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10년간의 국내 유가추이를 보면 국제유가가 오를때는 국내유가도 같이 올랐지만 내릴때는 정유사들이 이를 반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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