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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 엘러건트 유니버스(The Elegant Universe)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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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 엘러건트 유니버스(The Elegant Universe) <下>

입력
2006.09.1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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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끈이론이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으로 떠오르게 된 것은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의 ‘화해할 수 없는 충돌’을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원자 수준의 세계는 거시세계와는 다른 물리법칙 즉 양자역학으로 설명된다. 미시세계의 등장인물인 전자, 광자 등 입자들은 빛의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양자역학은 상대성이론 역시 고려해야 한다. 거시세계에서 행성이나 비행기가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상대성 효과에 따른 시간이나 공간의 변화가 미미하지만, 원자의 세계에서는 그 효과가 크다.

물리학자들은 단숨에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통합하지는 못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4가지 힘 중 먼저 전자기력에 대해 특수상대성이론과 양자 개념이 혼합된 양자전기역학을 만들었고, 양자색역학(강력의 양자장론), 양전자이론(약력의 양자장론)까지 수립해냈다.

문제는 중력이다. 중력은 우리에게 낯익지만 현대 물리학자에겐 골칫거리이다. 중력을 양자화한 이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대통일장이론에서 강력 약력 전자기력과 합쳐지지 않으며, 힘을 매개하는 입자(중력자)도 발견되지 않았다.

양자역학으로 미시세계를 들여다보면 빈 공간은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라 주변에서 에너지를 빌려오고 되갚으며 입자들과 반입자들이 끊임없이 생성하고 충돌하고 소멸하는, 상상할 수 없는 요동의 공간이다. 이에 따라 중력장도 극심하게 요동친다. 결과적으로 상대성이론을 감안한 중력에 대한 방정식은 언제나 틀린 값인 무한대를 답으로 내놓았다.

초끈이론은 이런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물질의 기본단위가 점입자가 아닌 유한한 끈으로 가정하기 때문이다. 유한한 끈이 상호작용하는 사건은 관점에 따라(관측자의 운동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상호작용의 시공간이 퍼져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무한대가 아니라 유한한 값을 가질 수 있다. 초끈이론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중력의 매개입자(중력자)를 정확히 예견하는 특성도 포함한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의 화해를 얻은 대가는 적지않다. 초끈이론이 설명하는 우주는 우리의 직관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먼저 우리 우주는 3차원의 공간과 1차원의 시간으로 구성된 4차원의 세계가 아니라 여기에 6차원이 덧붙여진 10차원(구체적으로 끈이론이 발전한 M이론에서는 11차원이다)의 세계다. 나머지 차원은 너무 작게 말려있어 우리가 관측할 수 없다. 초끈이론은 애초부터 11차원이 아주 작게 말려있다가 우주가 대폭발(빅뱅)하면서 3개 차원만 넓게 확대됐다고 추측한다.

초끈이론이 가정하는 우주는 복잡한 수학적 추론을 거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빅뱅의 출발점은 무한대의 질량이 밀집된 한 점이 아니라 플랑크 크기(10의33제곱분의1㎝)만한 아주 작지만 유한한 공간이다. 빅뱅 이전에도 역사가 있어 우주는 차가운 팽창을 계속해왔다. 또 우리 우주 외에 여러 개의 다원 우주가 있지만 다른 우주의 물리법칙은 확인할 수 없다.

복잡한 수학의 등장에 우주는 그다지 우아하지 않다고 여기는 독자가 있을지 모른다. ‘엘러건트 유니버스’는 어쩌면 우주를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집념에 대한 책일 수 있다. 저자인 브라이언 그린은 초끈이론의 거울대칭성에 대해 업적을 남긴 물리학자이자, 달변가이다. 도입부에서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솜씨만 봐도 이 책에 대한 투자는 아깝지 않다. 박병철 옮김. 승산 발행.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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