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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옛날 딸들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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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옛날 딸들 이름

입력
2006.09.1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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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신갱숙(가명)은 유복한 농촌 가정의 큰딸로 태어났다. 그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어느 날 이장 댁 스피커를 통해 "신소녀 씨, 신소녀 씨, 지금 이장 집으로 전화 와 있습니다!"하는 방송이 마을에 울려 퍼졌다고 한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어서 그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신소녀가 누구야?" "네 작은 고모다." 그가 "와! 작은 고모 이름 예쁘다!" 경탄하며 큰 고모 이름은 뭐냐고 묻자, 엄마는 심상히 "대녀다"라고 알려줬단다.

친구 아내는 소프라노 가수인데 본명이 미미다. 다른 자매들 이름은 또 얼마나 예쁠까 궁금해서 물었더니 '미자' '미순'이라고. 옛날에 딸 많은 집에서는 대개 차녀 이후 딸들 이름에 성의가 덜했다.

십여 년 전 무슨 시상식인가의 연회 자리에서 우연히 소설가 고언정(가명) 옆에 있다가 엿들은 얘기다. 그의 큰 고모가 태어나자 증조부께서는 뜻과 소리에 정성을 기울여 '영표'라고 아리따운 이름을 지어 내렸단다.

둘째 고모 이름도 괜찮았다. 그런데 그 뒤에도 내리 손녀들이 태어나자 할아버지는 역정이 나셔서 아무렇게나 이름을 붙였단다. 지금은 잊어버렸는데, 우스꽝스럽고 슬프게 들리는, 우리 할머니들 세대에 흔한 이름들이었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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