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일 교육부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평소 평준화 정책을 비판해 왔던 내정자이기에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을 어느 정도 옹호할 지 관심거리다. 평준화 정책이 수정되면 학력과 빈곤의 대물림이 고착된다는 비난이 쇄도할 것이다. 이런 근거없는 비판에 대해 오히려 평준화 정책이 소득 양극화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소신있게 답하는 내정자의 모습을 보고 싶다.
●70년대 시각으로 평준화 봐선 안돼
교육시장은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 평준화 제도를 처음 도입했던 1970년대의 시각만 가지고 정책의 유효성을 맹신해선 곤란하다. 고등학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진학률만 보아도 70년대 26%에 불과하던 진학률이 이제는 82%로 높아졌다.
논밭을 팔아야만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소득수준이 올라가 주변에서 대학생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산업 발전에 비해 대학생 수가 빨리 늘어나면서 대학을 졸업해도 고소득, 전문직 직장을 찾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 결과 상당수 대졸자가 고졸자가 차지했던 비전문 직장으로 하향 취업하고 있으며, 고졸자는 더 열악한 직장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가장이 대학을 졸업한 가구와 고등학교를 졸업한 가구의 소득격차가 올해 월평균 120만원에 달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는 소식은 대졸자 하향 취업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평준화 정책이 지속되는 한 이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학교 간 서열화를 우려해 수월성 교육을 무시하는데 언제 빌 게이츠 같은 인재가 나와 고소득, 전문직 직종을 양산할 고부가가치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겠는가? 국내에 좋은 직장이 부족하면, 해외에서라도 고소득 직장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저품질, 대량생산 교육에만 몰두하다 보니 우리 학생들은 외국시장에 나갈 엄두도 못내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다. 어렵게 외국어고등학교를 설립해 인재를 양성하려 했으나 별 소용이 없다. 평준화 정책으로 인해 이들이 어문학계열로 진학할 수밖에 없다면 전공이 다양하지 못해 해외취업이 쉬울 리 없다.
고급인력을 키워 국내에 고부가가치 산업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해외취업을 장려하면 국민소득도 증가하고 저학력 계층도 더 쉽게 숨을 쉴 수 있음을 왜 알지 못하나? 입시 문제에만 매달리지 말고 국제적 시각을 가지고 인재 양성을 주도하라고 교육부의 이름을 교육인적자원부로 바꾸었건만 교육정책은 70년대 사고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 경제가 상품 수출을 통해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고급인재 양성과 인력 수출을 통해 경제 재도약을 꿈꿔야 한다. 이를 위해 자립형 중고교 설립을 자유화하여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일부 학교의 귀족화가 걱정된다면 이들 학교에게 저소득층 학생을 30% 이상 의무적으로 선발하게 하고 높아진 수업료를 장학금으로 사용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각 학교는 우수한 저소득층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할 테니 이들은 빈곤의 대물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재양성ㆍ수출이 경제 재도약의 길
또한 열등학교의 등장이 걱정되면 전체 중고교의 50%가 넘는 공립학교에 대해서는 평준화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자.
모든 학생을 한 줄로 세워 평가했던 과거 제도로 돌아가지 말고, 상위권 학생은 줄을 세우되 나머지는 구분하지 말자는 의도다. 이와 함께 사립학교에 주었던 재정지원을 공립학교에 집중한다면 중하위층 학생들도 보다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제 교육환경이 바뀌었으니 정책도 변해야 양극화를 막을 수 있다고 자신있게 반박하는 교육부총리 내정자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창용ㆍ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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