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서유럽에서 간접적으로 경쟁을 벌였던 한국과 북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상대방 본거지에 대한 공략에 본격 돌입했다.
북유럽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볼보자동차가 5일(현지시간) ‘올 뉴 S80’을 유럽 밖에서는 한국에 최초로 출시한다고 선언하자,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이에 맞서 8일 스웨덴의 뒷마당인 핀란드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북유럽 시장에 대한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볼보차는 이날 스웨덴 예테보리 본사에서 대형 승용차인 ‘S80’의 최신형 개량 모델인 ‘올 뉴 S80’의 동아시아 지역 출시 행사를 가졌다.
신차 개발사업을 총괄하는 한스 위크만 부사장은 한국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한국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급증하는 추세라는 점을 알고 있다”며 “독일과 일본 업체가 선점한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최신형 모델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위크만 부사장은 한국 업체를 겨냥한 발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최근 현대의 신형 싼타페 등이 북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한국차는 아직 (북유럽에서) 볼보의 시장 지위를 위협할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차는 섀시와 바디 관련 기술을 좀 더 향상시켜야 할 것”이라며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볼보차는 스스로 강점이라고 내세우는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예테보리 인근의 투슬란다 공장과 안전센터를 한국 언론에 공개했다. 비록 사진을 찍지 못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2005년 6,000만 유로를 들여 새로 만든 안전센터와 조립공장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볼보는 안전센터에서 차량 제작과 관련, 연간 400여회의 충돌 실험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에 현대ㆍ기아차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한국 상품전에 전략 차종을 모두 선보였다. 현대차는 클릭(수출명 겟츠), 싼타페, 쏘나타를, 기아차는 쎄라토와 로체(수출명 마젠티스), 프라이드(수출명 리오)를 전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북유럽 3국 시장에서의 지난해 판매대수는 2만대였는데, 최근 의미 있는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소형차인 겟츠 비율이 60%가 넘었으나, 올들어서는 신형 싼타페(40%)와 NF쏘나타(20%) 등 수익성 높은 중대형차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도 판매대수가 크게 늘고 있다. 기아차의 정진행 유럽총괄법인장은 “핀란드에서 올들어 8월까지의 판매대수(3,835대)가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3,614대)를 넘어서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시장 공략용 차량인 시드(cee’d)가 연말부터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생산될 경우 북유럽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용대인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 “세계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볼보와 현대ㆍ기아차처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업체끼리도 경쟁 강도역시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테보리=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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