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5차례 예정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이 3차 협상을 마치고 이제 반환점을 돌았으나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종종걸음을 치고 있다. 한국 협상단 내부에서도 과연 연말까지 미국이 협상을 완결 짓겠다는 의지가 있는지에 의구심을 보일 정도다. 그러나 4.5차 협상으로 갈수록 임계상황을 넘어‘주고 받기’식 급진전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진전 없는 ‘주고 받기식’ 협상
김종훈 한미 FTA 한국측 대표는 9일(현지시각) 이번 협상의 평가와 관련, “미국측이 전날 상품ㆍ섬유 분야 양허(개방대상)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개선책 보다는 ‘찔끔찔끔’내놓는 협상전술로 나서는 것이 협상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던 협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웬디 커틀러 미국측 대표는 4일 “이번 3차협상은 본격적인 주고받기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4일간의 협상을 통해 상품ㆍ섬유 분야에서 수정안을 회담기간 중 제출하는 순발력과 유연성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측이 수정안 내용을 기대 이하 수준으로 평가했다.
미국측이 한국에 대해 느끼는 실망감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한국측이 제시한 농산물 분야 양허안에 대해 즉각 수정안을 요구했고, 협상의 빠른 진행을 위해 한국측에겐 부담이 덜 되는 비민감품목에 대한 시장개방으로 협상의 초점을 바꿨다. 미국은 또 한국이 제안한 반덤핑 등 무역구제와 관련, 수용불가 확고한 입장을 고수했다. 또 서비스ㆍ투자분야에서 한국측이 미국의 항공ㆍ해운 서비스,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 연방정부와 상이한 주(州)정부 조치의 구체적 기재, 일시 입국 원활화 등을 요구한데 맞서 미국은 택배 법률 회계 통신 방송 등의 시장을 열 것을 요구하는 등 서로의 관심 사항만을 나열한 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시애틀 댄싱, 성과도 있었다.
한국측으로는 이번 협상에서 협정문을 영어본과 한글본으로 작성, 상호 효력을 인정하도록 한 것이 그나마 성과다. 또 미국이 전문직 자격의 상호인정 추진을 위한 협의체계 마련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의사를 보인 것도 성과로 꼽힌다. 금융분야의 국경간 거래에서 미국의 관심 분야가 보험중개업과 자산운용업 등으로 좁혀진 점을 확인한 것도 다소의 진전이다. 특히 양국은 보험중개업의 국경간 거래와 관련, 미국의 보험회사가 만든 모든 보험상품을 한국에서 국경간 거래로 중개 판매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국책금융기관의 경우 기본적으로 FTA협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으나 민간 금융기관과 경쟁을 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별도의 고려를 통해 구체적인 예외 범위를 정하기로 했다.
본격 협상 4차부터다
4차 본협상은 10월23일부터 닷새간 한국에서 열린다. 개최장소는 미정이나 제주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양국은 4차 협상 때부터 상대방이 제출한 수정 양허안에 대한 검토 작업을 본격적으로 벌일 전망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간에 상대방의 시장 개방단계를 줄이고 개방 대상 물품의 관세철폐기간을 단기화하려는 ‘밀고당기기’식 협상이 본격화된다. 또 양국이 3차 협상 때까지 교환한 서비스ㆍ투자 분야 개방유보안과 관심사항에 대한 수용 여부를 타진할 계획이어서 협상이 본 괘도에 접근할 전망이다.
시애틀=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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