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콩 선생 지음
살림 발행ㆍ각권 1만2,000원
가족들의 여행 여정에서, 또 일상의 여가 공간으로 박물관은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장소다. 요즘처럼 체험 학습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때는 더더욱 그러해서, 방학 숙제 등 여타의 학습일정 단골메뉴로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웅장한 박물관의 전시실 안에서 길을 잃기 쉽다. 출입구를 몰라 헤맨다거나 동선(動線)을 놓쳐 방황한다는 것이 아니라, 전시된 유물들이 안내하는 시간 여행에서 옳은 길을 찾지 못한다는 의미다. 정도의 문제일 뿐 그것은 자녀들만의 사정은 아닐 것이다. 작심하고 박물관을 찾아가지만 금세 흥미를 잃고 주마간산하듯 휘~익 둘러보고 만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장콩 선생의) 박물관 속에 숨어있는 우리 문화이야기’는 그 유물과의 시간여행의 친절한 안내자로 손색이 없는 책이다. ‘장콩 선생’은 전남 함평고등학교에서 15년 넘게 우리 역사교육을 해 온 교사(본명 장용준)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정치ㆍ사회사가 아닌 문화사의 물줄기를 따라 안내한다. ‘XX년부터 XX년까지 전쟁이 있었고, OO년에 OO왕이 이러저러한 정책을 펼쳤다’는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어? 왜 힘들게 바위에 그림을 그렸을까요?” 라고 묻는 아이들의 질문에 자상한 아빠의 음성으로 대답해주는 ‘문화 눈높이 역사’ 교양서다.
-아빠! 그림이 흰색, 검은색, 붉은색 세 종류의 물감으로 그려졌는데, 당시에 이런 물감들은 어떻게 만들었어요?
-오! 우리 늘보(아이의 별명)가 화가가 꿈이라더니, 물감에 관심이 많구나. … 흰색 물감은 ‘호분’(胡紛으로 흰색 돌가루나 조개껍데기를 태워서 나온 가루를…
장콩 선생의 설명은, 큰 역사의 의의나 사관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작지만 자연스러운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흥미롭다. 그의 대답은 단순한 지식을 전달할 뿐 아니라, 우리 문화사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고 그 소중함을 일깨운다.
책은 ‘옛 그림편’과 ‘옛 도자기ㆍ금속공예편’의 두 권으로 출간됐다. ‘옛 그림편’은 선사시대 반구대 바위 그림에서부터 고분벽화, 풍속화, 수묵화 등으로 이어지고, ‘옛 도자기…’편은 하나하나의 도자기를 들고 종류 구분법, 요상한 도자기들의 이름을 붙이는 방법, 분청사기 등 도자기 제조 기법, 무늬 구분법 등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조선 백자를 설명하면서 저자는 초정 김상옥의 시조 ‘백자부’(白磁賦) 한 수를 읊어주기도 한다. “불 속에 구워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 속에 잃은 그 날은 이리 순박하도다” 백자에 대한 감상과 설명으로 이어진다. “우선 형태를 한 번 살펴보렴.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며, 끼끗하지 않니> … 아빠는 이 백자만 보면 맘이 고요해지며, 세상사 온갖 시름을 잊어버린단다.” 그의 이 같은 설명을 듣고 다시 바라보는 조선 백자의 아취는 그 전과 한결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책은 풍부한 도판과 함께 ‘나도야 역사 탐정’ 등 역사퀴즈 코너를 마련해 학습 효과를 높였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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