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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현 "프라이드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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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현 "프라이드 구겼다'

입력
2006.09.1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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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판을 떠나 피 튀기는 링을 선택한 지 겨우 한 달. 4만7,000여명이 운집한 일본 사이타마현 슈퍼아레나 특설링에 오른 이태현(30)은 한시도 긴장을 풀지 못했다. 씨름 천하장사의 여유 따위는 없었다. “준비 기간은 짧았지만 권투, 태권도, 주짓수(브라질 유술) 등을 열심히 배웠다. 준비는 충분히 했다”고 큰소리쳤지만 긴장과 공포에 시달린 탓에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천하장사를 세 차례나 차지한 이태현은 무수히 많은 상대를 넘어트렸지만 그 동안 맞아 본 적이 없다. ‘도끼 살인마’ 반더레이 시우바가 미르코 크로캅의 얼굴 돌려차기 한방에 쓰러지자 깜짝 놀랐다. 프로복싱 챔피언 출신 니시지마 유스케가 에반겔리스타 사이보그에 목이 졸려 기절하는 모습에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마치 총탄이 쏟아지는 전쟁터 한가운데 내버려진 듯.

매에는 ‘(천하)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천하장사의 명예는 주먹 앞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2006프라이드 무차별급 초대 챔피언이 탄생한 10일. 이태현(196㎝)이 프라이드 데뷔전에서 2m의 거인 히카르두 모라이스(39ㆍ브라질)에게 1회 8분8초 만에 TKO패했다. 이태현이 경기를 계속할 의사를 보이지 않자 세컨이 수건을 던졌기에 기권패나 다름없다.

이태현은 씨름 기술인 잡채기, 오금 당기기를 이용해 모라이스를 세 차례나 넘어트렸다. 하지만 넘어트리기(테이크다운) 외에 기술이 없었다. 유리한 자세를 차지했지만 오히려 지치기만 할 뿐. 체력이 떨어진 이태현은 이후 상대 주먹을 피하지 않을 정도로 지쳤다. 때리던 모라이스도 맞던 이태현도 지친 1회 8분8초. 심판이 경기 중단을 선언하자 이태현은 경기를 포기했다.

이태현은 링 위에 오르기 전 “훈련도 중요하지만 하루 빨리 실전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잡채기에 나동그라진모라이스가 링 바닥에 엎드릴 때 등 뒤에 오른 이태현은 상대 목을 조르지 않았다. 사이보그가 KO승을 거둔 것처럼 종합격투기에서는 승리 공식이지만 준비가 부족한 이태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일본 취재진이 깔깔 웃을 만큼 이태현의 데뷔전은 시기상조였다.

한편 크로캅(32ㆍ크로아티아)은 무차별급 결승에서 조시 바넷(29ㆍ미국)을 1회 7분32초 만에 KO로 물리치고 챔피언이 됐다. 그동안 지겹게 따라다니던 ‘무관의 제왕’이라는 꼬리표를 뗀 것. 크로캅은 오는 12월31일 프라이드 올스타전격인 남제 남제(男祭)에서 헤비급 챔피언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1ㆍ러시아)와 격돌한다.

"이번 패배가 큰 선수 되는데 도움될 것"

■ 이태현의 말=프라이드가 역시 강한 무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습과 실전이 다르다는 것도 배웠다. 상대를 제압하면서 경기를 끝낼 기술을 몰랐다. 오늘 패배는 큰 선수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연습할 때는 체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링 위에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느꼈다. 많이 맞아서 얼굴이 아프다.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강해지려면 훈련 밖에 없다. 프라이드 최고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사이타마(일본)=이상준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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