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의 임명동의안 처리가 난항하고 있다. 여당은 14일 국회 본회의에 임명동의안을 상정할 태세지만 인사청문특위의 심사경과 보고서 채택 전망부터 흐릿하다.
제4기 헌재가 예정대로 15일에 출범할지도 불투명하다. 여당은 이를 이유로 야당이 정치공세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란의 결과적 양상을 보아서는 일리가 있다. 인사청문특위의 파행을 해소하기 위한 잠정 합의를 무시한 야당에 정치도의적 의문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흔히 보던 정치적 공방과는 본질이 다르다. 출발점은 전 내정자에 대한 배려가 지나친 나머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소홀하게 여긴 청와대의 위헌ㆍ위법적 인식이다. 따라서 지적된 절차의 하자를 치유하는 것이 급선무이지, 조속한 임명동의안 처리가 앞설 수 없다.
이미 여당 일각에서 국회법과 헌법재판소법, 인사청문회법 등 관련 법률의 개정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법 규정상 법사위(헌법재판관 내정자)와 인사청문특위(헌재소장 내정자)에서 각각의 청문절차를 거치도록 한 규정이 현실과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거친 법률을 다듬는 것도 국회의 책무임은 분명하지만 우선은 스스로가 만든 법을 지키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지난해 관련 3법의 개정으로 빚어진 문제이니 과거의 관행은 거론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법치주의의 상징적 보루인 헌법재판소가 관계된 문제라는 점에서 법정 절차의 준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헌재소장이나 재판관의 공석이 우려되지만, 헌법재판소법이 이미 소장이나 재판관의 공석을 상정하고 있는 데서 보듯 이 또한 법정 절차를 비켜갈 정당화 사유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국회가 이 문제를 정치적 타협으로 얼버무리지 않기를 거듭 촉구한다. 청와대의 소홀한 법 인식에 동조, 전 내정자마저 결정적 흠결을 드러낸 마당이어서 국민의 눈길은 온통 국회에 쏠려 있다. 권력이 법 위에 서던 권위주의적 발상의 잔재를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깐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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