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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럼스펠드에 대한 불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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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럼스펠드에 대한 불신임

입력
2006.09.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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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이 채 남지 않은 11ㆍ7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라크 전쟁 실패를 둘러싼 책임론의 화살이 급격히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에게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의회에서 그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상당수 공화당 인사들마저 그를 거추장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물론 각 당의 노림수와 속내는 서로 다르다. 정치공세의 표적이 필요한 민주당은 그렇다 치고 선거 참패를 걱정해야 하는 공화당으로서도 이라크전 설계사인 럼스펠드를 계속 껴안고 가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오만하고 독선적인 역사 인식

민주당의 불신임은 당파적 선거전략에 따른 것이 분명하지만 럼스펠드가 이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최근 연설에서 그가 이라크전 비판론자들을 과거 히틀러의 나치세력과 손을 잡으려던 유화론자들에 비유한 것이 민주당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설화(舌禍)인 셈이다.

선거에 목을 매고 있는 미 정가의 정쟁에 휩쓸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럼스펠드의 인식과 발언에 대해선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그는 이라크전 옹호를 위해 테러리스트들을 이슬람 파시스트로 규정, 반전론자들을 새 유형의 파시즘에 무지몽매한 사람들로 몰아붙였다.

이런 태도는 독선의 대표적 형태로 자신의 정당성을 강변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논리와 비유도 만들어내기를 주저하지 않는 정신적 경향과 맞닿아 있다. 럼스펠드는 역사의 교훈을 거론하지만 그의 언행은 역사에 대한 오만에 가깝다.

미국의 힘을 배경으로, 몸에 밴 듯한 그의 오만을 특히 우려하는 이유는 그런 자세가 우리의 국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의 이양 시기를 2009년으로 못박고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액을 공평하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어 알래스카 미사일방어기지에서 행한 연설에선 “솔직히 북한은 한국에 대해 당장의 군사적 위협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한국은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고 그것은 계속 증강되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미 언론들조차 그의 이례적 발언이 ‘퉁명스러웠다’면서 주한미군 추가 감축이나 신속기동군화를 통한 한반도 밖에서의 작전투입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인 것이다.

●작전권 문제에도 앞뒤안맞는 발언

북한의 위협을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억지력 제공 대가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북한의 위협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럼스펠드는 한국이 먼저 동맹의 신뢰를 깨트렸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필요에 따라 입맛에 맞는 논리를 끌어대는 그의 태도는 우리를 얕잡아보는 오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에도 미국이 신뢰하지 않는 고위공직자가 있을 것이다. 역으로 국제사회가 남의 나라 장관 불신임을 용인한다면 럼스펠드를 그 대상에 올리고 싶은 심정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고태성ㆍ워싱턴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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