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0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의 자진사퇴 또는 대통령의 지명철회를 요구함에 따라 전 내정자 인준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정면 충돌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요구가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다른 야당의 협조를 얻어 11일 인사청문특위에서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하거나, 윤영철 헌재소장이 사퇴하는 14일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회부하는 과정을 거쳐 본회의 동의안 표결을 강행할 방침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그 경우 정치적 파국의 책임은 정부 여당에 있다”며 헌재소장 직무정지가처분 소송을 헌재에 내고, 국회를 보이콧 하는 등 강경 대응을 불사할 태세다.
한나라당의 주장은 “전 내정자자는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이다. 유기준 대변인은 “코드인사 문제나 증여세 탈루 의혹 등이 드러난 전 내정자에 대해서는 절차상 하자가 보완되더라도 동의 할 수 없다”며 “임명을 강행할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해 무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청문회 절차가 위법이자 원천 무효이기 때문에 표결에 참여할 수 없다”던 기존 입장과 또 달라진 것으로, 우리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초강수다.
여기엔 나름의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절차적 혼란을 가져온 데 대해 한나라당도 분명 오락가락한 책임이 있는 만큼 다시 절충을 하기 보다 전 내정자 카드를 원천 부정해 국면을 바꾸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과의 팽팽한 전선이 형성되면 내부 단합에도 효과적이라는 계산도 있는 듯 하다.
우리당은 이를 ‘오만한 정치공세’로 규정, 동의안 처리를 강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절차를 문제 삼다가 이제 와서는 전 내정자에 대해 트집을 잡아 거부하는 것은 스스로 모순에 빠진 것”이라며 “오만과 독선에 빠진 매우 위험한 정치공세”라고 비난했다.
우리당은 한나라당이 끝까지 버틸 경우 민주, 민노당을 설득해 동의안을 14일 중 반드시 처리 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11일 인사청문회에서 심사보고서 채택을 위해 최선을 다하되, 여의치 않으면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회부도 추진키로 했다. 인사청문회법 9조에 ‘청문회가 끝난 날부터 3일 이내 경과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의장은 이를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는 조항이 그 근거다. 물론 우리당 단독으로는 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의결정족수(재적 의원의 과반, 150명)를 채울 수 없기 때문에 민주, 민노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다각적 접촉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우리당이 표결을 실시하더라도 한나라당의 실력 저지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동의안이 통과되면 한나라당은 등원을 거부하는 등 국회파행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나라당은 헌재소장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어서 헌재소장에 임명된 전 내정자가 자신에 대한 위헌소송을 심사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