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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능력개발 위탁업체 정부예산만 '곶감 빼먹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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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능력개발 위탁업체 정부예산만 '곶감 빼먹듯'

입력
2006.09.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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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매년 수천억원을 투입하는 재직자(근로자) 직업능력개발 사업이 민간 위탁교육 업체들의 ‘눈먼 돈 빼먹기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 사업은 사업주가 자체 부담으로 직원들을 직업능력개발 훈련시설에서 위탁교육을 받게 한 뒤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노동부가 고용보험기금으로 해당 교육비를 환급해주는 일종의 인재 양성 프로젝트다

그러나 상당수 위탁교육 업체들이 실시하고 있는 우편통신교육은 내용이 너무 부실하고 평가시험도 요식행위로 변질되고 있다. 우편통신교육은 교재를 우편으로 보내줘 근로자들이 집에서 자율학습을 하게 한 뒤 평가 시험을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실상 독학인 셈이다.

매달 1차례 인터넷을 통해 치르는 학습평가 시험도 ‘오픈 북’ 방식으로 진행되며, 일부 교육업체는 그 부담마저 덜어준다며 예상문제 요약집까지 나눠주고 있다.

근로자 재교육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위탁교육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져 리베이트 관행도 생겨나고 있다.

위탁교육 업체인 A사는 최근 B사와 5개월 과정의 고객만족서비스 직원 위탁교육 계약을 맺으면서 ‘특별한 거래’를 했다. B사가 직원 150명(교육비 총 2,250만원)을 위탁교육생으로 보내주는 조건으로 교육 수료 후 리조트 휴양을 겸한 1박2일의 워크숍 연수비용(500만원)을 부담키로 했다. A사는 연수를 미끼로 교육실적과 매출을 올리고, B사는 교육비의 일부를 돌려 받으면서 직원들에게 생색까지 낼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인 셈이다.

A사처럼 올해 들어 우편통신교육 방식으로 근로자 위탁교육을 실시한 노동부 지정 위탁교육 업체는 6월말 현재 69개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132개 훈련기관이 이 방식으로 위탁교육을 했다.

우편통신교육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직자 직업훈련이 사업주의 인식부족과 근로자의 무관심, 업체의 부실교육이 겹쳐 겉돌고 있다”며 “위탁교육 업체들 사이에서는 정부 지원금은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러다 보니 위탁교육 업체들이 위탁교육생 유치를 위해 리베이트나 다름없는 스키나 레프팅 등 레저연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관행이 돼 버린 상태다. 일부 업체들은 아예 계약서에 연수비용 부담을 명시하기도 한다.

이처럼 위탁교육 업체와 사업주의 담합, 부실교육 등으로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데도 당국은 속수무책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해 직업훈련 부정행위 신고포상금제 도입 이후 위탁교육 업체들이 스스로 조심하고 있다”는 말만 늘어 놓을 뿐 실태파악도 못하고 있다. 위탁교육 업체에 대한 부정행위 감시ㆍ관리 업무도 인력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뒷전에 밀려나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장홍근 연구위원은 “사업주 주도의 교육훈련 선택권을 근로자에게 주고 위탁교육 업체들도 실력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경쟁 원리를 적용해 부실 업체는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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