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에서 국내 케이블과 위성방송의 외국인소유지분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공중파 방송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김종훈 한국측 협상대표는 협상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이 국내 서비스 분야 중 법률과 회계, 방송, 택배, 통신 등 12개 분야에 대한 시장개방 요구해왔다”며“특히 방송의 경우 케이블과 위성방송 프로그램 공급업자(PP)의 외국인 지분한도 확대에 강한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스카이라이프 등 국내 위성방송의 외국인 지분 제한은 현재 33%로 미국측은 49% 이상을 요구했다. 또 현재 49%로 묶여있는 GS홈쇼핑 등 케이블 방송의 외국인 지분제한도 경영권을 고려, 51%로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측은 외국인 투자가 금지된 보도ㆍ종합 케이블방송인 YTN 등에 대한 요구사항은 추가 협상에서 밝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미국의 요구가 받아질 경우 콘텐츠가 생명인 방송업계에는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양질의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미국 방송사들의 국내 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김영모 협상단 서비스 분과장은 “호주의 경우 위성방송의 외국인 지분한도가 35%이고 싱가포르와 오스트리아 등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임을 고려할 때 현재 개방이 충분히 이뤄져 있는 상태”라며 “미국의 본심이 무엇인지 추후 협상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날 자국의 취약분야인 섬유 시장의 개방속도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반덤핑 등 무역구제 분야에서도 한국의 입장을 일정부분 수용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미국측이 섬유 분야 양허안 수정안을 8일께 우리측에 전달키로 했다”며 “우리측도 미국의 관심 분야인 농산물 개방안에 대해 4차 협상 때까지 새로운 양허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양국이 보험중개업의 국경간 거래와 관련, 미국 보험회사의 모든 보험상품을 국내에서 직접 중개, 판매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국경간 거래가 허용되는 상품에 한해서만 중개가 허용돼 항공ㆍ선박의 수출입적하보험, 재보험, 우주선 발사보험 등이 중개 대상에 포함됐다.
자산운용의 국경간 거래와 관련, 미국 자산운용사가 국내에서 펀드를 직접 설립하거나 모집, 광고하는 것은 금지하되 이미 설립된 펀드의 자산을 미국 자산운용사에 위탁하는 것은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시애틀=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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