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3시20분께 서울 종로구 종로2가 지하철1호선 종각역 지하상가에서 일산화탄소로 추정되는 가스가 누출, 중독된 상인과 지하철 이용객 등 60여명이 인근 병원에 후송되고 7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가 나자 경찰과 119 구조대 등이 출동해 오후 4시30분께 지하 상가 81개 업소를 모두 폐쇄하고 상인들을 전원 대피시켰다. 지하철 1호선 전동차도 오후 4시45분부터 오후 5시44분까지 종각역을 무정차 통과했으며, 경찰 2개 중대가 종각역 주변의 교통을 오후 5시40분까지 통제하면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백병원(40명)과 이대동대문병원(10명), 강북삼성병원(5명), 신촌세브란스병원(3명), 국립의료원(2명) 등에 후송된 환자들은 두통, 메스꺼움, 현기증 등 전형적인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를 보였으나 생명에 지장이 없어 대부분 이날 밤 귀가했다.
경찰은 종각역 지하2층에 있는 중앙집중식 냉난방기에 공급되는 액화천연가스(LNG)가 불완전 연소돼 일산화탄소 및 이산화탄소가 공조기를 타고 지하1층 지하상가에 퍼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기온이 떨어지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난방기를 시험 가동하다 연료 배합장치나 환기장치의 이상으로 가스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20분께 상가 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225ppm으로 환경부 기준(25ppm)의 10배에 가까웠으며, 이산화탄소 수치도 2,700ppm으로 기준(800ppm)의 3배 이상에 달했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그러나 “종각역에 상주하고 있는 관리팀 15명이 소방대원 20명과 함께 오후 4시40분부터 현장 조사를 한 결과 냉난방기 계통은 아무런 이상 없이 정상 작동 중이었다”며 다른 사고 원인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상인들 사이에서도 오전부터 가스가 누출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신발매장을 운영하는 박기춘(42)씨는 “신고는 오후3시20분께 했지만 오전10시께부터 두통을 호소하며 두통약을 사먹는 상인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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