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부산 롯데전을 앞둔 SK 조범현 감독은 롯데 중심 타자인 펠릭스 호세가 심한 감기 몸살로 결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 그래요?”하며 반색을 했다. 그러나 조 감독의 표정은 이내 어두워졌다. 롯데 선발투수가 에이스 손민한이었기 때문.
KIA, 두산과 함께 피 말리는 4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조 감독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손민한은 선발 8이닝동안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또 다시 SK에 0-7, 완패를 안기며 10승(5패) 달성과 함께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팀내에서는 이상목에 이어 2번째 10승 고지에 올라섰고, 지난 97년 프로 데뷔 후 개인 통산 4번째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지난 2004년 9월5일 이후 SK전 7연승.
지난 해 18승으로 2번째 다승왕을 차지하며 ‘대한민국 에이스’로 군림했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눈부신 피칭이었다. 손민한은 4회 1사후 박재상에게 2루타를 얻어 맞기 전까지 단 한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는 퍼펙트 행진을 이어갔다. 최고 구속 145㎞의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앞세워 전날 5시간 가까운 연장 12회 혈투를 벌인 SK 타선을 농락했다. SK전 7연승.
손민한은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참가에 따른 체력 소모와 개막 전 갑작스런 맹장 수술 등의 후유증으로 8월 초까지 7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후 4경기에서 3승 무패(평균 자책점 0.82)를 거두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최근 6경기에서 8이닝 이상을 5차례나 소화하는 ‘이닝 이터’의 면모를 과시하며 선발 임무를 100% 이상 해냈다.
손민한은 이날 4번 이대호와 함께 수훈 선수에 선정된 후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팀 에이스로서 제 몫을 못해 부담이 많았는데 10승을 올려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1984년 삼성 이만수 이후 22년만의 타격 ‘트리플 크라운’을 노리고 있는 이대호는 이날 4타수 3안타 1타점의 불방망이로 타율을 3할4푼3리에서 3할4푼7리로 끌어 올리며 22홈런 78타점으로 3개 부문 1위를 고수했다.
광주 구장에서는 4위 KIA가 ‘사자 천적’ 세스 그레이싱어의 7과3분의1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쾌투(시즌 12승)를 앞세워 선두 삼성을 1-0으로 꺾었다. 잠실에서는 현대가 막판 거세게 따라붙은 두산의 추격을 6-5로 따돌리고 3연승을 달리며 선두 삼성에 3.5게임차로 따라붙었다. 현대 마무리 박준수는 9회에 등판, 1이닝 동안 2피안타 2실점으로 부진했으나 추가실점을 막고 힘겹게 34세이브째를 거뒀다.
부산=이승택기자 lst@hk.co.kr잠실=이상준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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