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 29억원을 횡령한 건설교통부 6급 공무원 최모(32)씨의 별난 취미와 황당한 씀씀이가 화제다. 최씨는 2000~2002년 철도건설 예정지역에 있지도 않은 도시가스 배관 등의 지장물이 존재한다며 보상비 지급요청서를 작성, 28억8,26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1일 경찰에 구속됐다.
7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최씨는 횡령한 돈 중 절반이 넘는 15억원을 국내외 희귀 화폐를 사 모으는 데 사용하는 등 ‘화폐 수집광’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가 e베이, 옥션 등 국내외 경매사이트에서 구입한 주화와 지폐의 무게는 2톤에 달했다. 그는 화폐 등을 자동차 공구함 40여 개에 나눠 자택인 경기 안양 소재 아파트와 용인시에 있는 전원주택에 보관해 왔다.
이중에는 시가가 100만원이 넘는 금화도 포함됐다. 수 천만원어치의 만화책과 비디오테이프도 수집했다. 경찰 관계자는 “금화는 흠집이 나면 가치가 떨어져 국고환수에 지장을 줄까 봐 각별히 신경 썼다”며 “최씨 별장은 소장품으로 가득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가족 4명에게 그랜저 등 자동차를 선물하는가 하면, 친ㆍ인척들에게 수천만원을 생활비로 베풀기도 했다. 또 술집에서 사귄 내연녀에게 생활비로 3,000만원을 주고, 돈이 궁한 직장 동료에게 수 천만원씩 빌려주는 등 호탕한 씀씀이를 자랑했다. 원래 17평 빌라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형 부부와 함께 살던 최씨는 그 동안의 궁핍한 생활을 보상 받으려는 듯 초호화 생활을 누렸다.
대지 150평, 건평 60평 규모 전원주택을 2억5,000만원에 사들인 최씨는 지하에 노래방, 미니바, 당구대를 설치해 주말마다 가족 및 동료 직원들과 파티를 열었고, 1주일에 2,3차례씩 강남 유흥업소를 드나들며 3억여원을 술값으로 썼다. 최씨는 동료와 가족들에게 “주식 대박이 나고 수집한 화폐 가격이 크게 올라 100억원대 부자가 됐다”고 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공공연한 호화 생활에도 불구 횡령 사실이 오랫동안 들키지 않은 점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직장 동료와 상사 등 20여명에 대해 공모 여부 등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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