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의 김종갑(39) 사육사는 2년 전 코끼리 사육장에서 믿기 어려운 경험을 했다. 주변에 분명히 코끼리밖에 없는 데 자꾸 사람 말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김 사육사는 처음엔 환청을 의심했지만 소리가 너무 생생해서 주위를 살펴본 결과 말을 건넨 주인공은 놀랍게도 열 여섯 살 난 아시아 코끼리 수컷 ‘코식이’(사진)였다.
코식이가 말할 수 있는 단어는 “좋아” “누워” “안돼” “앉아” “아직” “발” “돌아” “뒤돌아” 등 8개로 이를 사람과 거의 비슷하게 발음한다. 코끼리가 사람 말소리를 내는 사례는 학계에 아직 보고된 바 없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코끼리는 동료와 의사소통을 할 때 초저주파인 8㎐ 정도의 나지막하고 굵은 소리를 내 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다”면서 “코식이는 자신의 코를 입에 넣어 공기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소리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3월 코식이의 음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에게 의뢰한 결과 코식이의 발성 패턴이 10년을 같이 지낸 김 사육사와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결과를 최근 통보 받았다. 배 교수는 “코식이의 성대떨림은 130㎐로 보통 남성 성대 떨림이 100~200㎐인 점을 감안하면 코식이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동물원측은 “코끼리가 말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믿지 않을까 봐 과학적 검증을 거칠 때까지 발표를 미뤄왔다”면서 “코식이가 김 사육사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흉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코식이가 의미를 알고 말하는지 동물행동학자 수의사 등 전문가로 팀을 구성해 계속 연구할 계획이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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