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에 무늬를 짜넣거나(태피스트리) 수를 놓아 불경이나 불화, 불교 문양을 새긴 아름답고 정교한 유물이 산중 절간에 모였다. 불교 조계종 덕숭총림 수덕사의 근역성보박물관에서 9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열리는 ‘지심귀명례-직ㆍ염ㆍ수(織ㆍ染ㆍ繡)와 불교’전. 중국 랴오닝성 박물관과 홍콩 수집가 크리스 홀, 한국자수박물관과 선암사, 통도사, 성보박물관 등 여러 곳에서 빌려온 중국과 한국 불교미술의 옛 직물 80여점을 선보인다.
태피스트리와 자수의 한국 불교미술은 맥이 끊어진 지 오래다. 지나치게 호사롭다 해서 조선 영조 9년(1733년) 문양직물기를 모두 없애고 더 이상 짜지 말라는 왕명이 내렸기 때문이다.
근역성보박물관장 정암스님은 전시품 중 가장 아름답고 볼 만한 것으로 중국 청대의 태피스트리 ‘석가모니불 좌상도’와 원대의 자수 ‘금강경 첩’을 꼽는다. ‘석가모니불 좌상도’는 세로 186cm, 가로 120cm 크기로, 확대경을 대고 봐야 그림이 아닌 직물임을 알 수 있을 만큼 정교하다. ‘금강경 첩’은 세로 20cm, 가로 15cm의 비단에 금강경 5,900여 자를 색색깔로 섬세하게 수놓은 유물이다.
국내 유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용무늬를 수놓은 15세기 탁의(불상을 앉히는 탁자를 덮는 천). 은실로 두 마리 용을 짠 19세기 때의 ‘쌍용문은직가사’, 비단에 금빛 글씨가 찬란한 ‘감주금니묘법연화경’도 볼 수 있다. (041)337-2902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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