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엔사무총장 선거가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 달 말로 예정된 예비선거(Straw Poll)를 앞두고 다크호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크호스들은 하나같이 만만찮은 중량급 인사여서 유엔사무총장을 향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행보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까지 반 장관을 포함, 4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였던 차기 유엔사무총장 선거에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는 잠재후보는 5~6명. 본격적인 예비선거를 앞두고 5일 제이드 알 후세인 요르단 유엔대사가 입후보를 전격 선언한데 이어 출마러시가 빚어질 공산도 없지 않다.
타임지는 최근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와 여성후보인 싱가포르의 첸흥치 주미대사, 뉴질랜드의 헬렌 클라크 총리의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유엔 주변에서는 영국과 스리랑카 이중국적을 가진 데바 아비티야 유럽의회 의원의 출마설이 유력하고, 터키출신의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인 케발 데르비스나 고사중인 것으로 알려진 고촉동(吳作棟) 싱가포르 전 총리의 이름도 빠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새로 후보군에 가세한 제이드 대사는 구 유고슬라비아 유엔평화유지 활동 등 오랜 유엔 근무 경험에다 왕족출신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더욱이 영국이 밀고 있다는 소문까지 있다. 잠재후보군인 첸흥치 대사는 미국의 호감에 더해 여성 프리미엄까지 갖고 있고,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 역시 출마 시 서구 국가를 중심으로 상당한 득표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태연한 가운데서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정부 당국자는 “제이드 대사를 포함, 몇몇 유력 후보들의 출마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놀랄 일은 아니다”며 “차분하고 공정한 경쟁을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즉각 잠재 후보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7월말 예비적 예비선거에서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12개국의 지지를 얻었던 반 장관은 이달 중순 유엔총회에서 회원국 인사들과의 접촉을 넓히는 등 과거 어느 때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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