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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우 "코믹 벗고 멜로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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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우 "코믹 벗고 멜로로 갑니다"

입력
2006.09.0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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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편하게 이야기 나누죠. 저 이렇게 있어도 괜찮겠죠?” 김승우는 신발을 벗고 소파에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았다.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키면서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도하는 모습이 평소 그의 성격을 가늠케 했다. 누구나 그와 함께 있으면 ‘해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금세 유쾌해질 듯하다.

김승우(37)는 요즘 행복하다. “좋은 역할과 좋은 배우를 계속 만나는 복이 따라다녀서”다. 그는 최근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내는 ‘해변의 여인’(상영중)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7일 개봉)에서 고현정, 장진영과 연달아 호흡을 맞췄다. “기분은 좋은데 월드컵 등을 피하다 보니 두 작품이 흥행 대결을 벌이게 돼 좀 아쉽기는 하네요.”

지난해 개봉한 ‘천군’ 이전까지 김승우는 주로 코미디 영화에서 막무가내 철부지 캐릭터로 소비되었다. 돈 많고 착한 남자로 종종 출연했던 말랑말랑한 멜로물은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코미디 이미지가 굳어진 것은 저의 불찰”이라고 아쉬워했다. 시류에 맞추다 보니 나온 결과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배우로서 부담을 느꼈다. “코미디에서 가능한 개인기는 다 보여줬잖아요. 나이도 있고…. 제가 살아오며 알게 된 삶의 의미가 투영된 사랑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운 좋게도 두 작품을 만났습니다.”

김승우가 두 작품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그의 말대로 복이었다. ‘연애…’의 못 말리는 백수 영운 역을 맡은 것은 조연배우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김해곤 감독과의 17년 친분에서 비롯됐다. 김 감독과 김승우는 1990년 ‘장군의 아들’을 통해 만난 배우 데뷔 동기. 둘은 그동안 쌓인 우정의 결과물을 한 번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해변의 여인’은 그를 눈여겨봤던 홍상수 감독의 적극적인 구애로 참여했다. “목숨 걸고 정말 좋은 영화 만들 거라는 홍 감독님의 진심이 통한 거죠. 물론 저도 많이 배울 것이라는 기대를 했고요”

‘연애 따로 결혼 따로’의 이중행각을 벌이면서 ‘업소 여자’와 징글징글한 사랑을 이어가는 ‘연애…’의 영운은 여성들이 끔찍하게 싫어할 캐릭터. 사랑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러면서도 결혼생활의 파국을 막기 위해 철없이 행동하는 그의 모습이 여성들의 공분을 살만하다. “마구 혼내주고 싶은, 나쁜 놈이죠. 여성 팬이 싫어할 정도로 연기했다면 직업적으로 잘한 것이려니 생각해요.”

함께 연기한 고현정과 장진영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고현정씨는 공백기간이 길었는데 연기력은 역시 타고 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첫 영화라 그런지 시사회 때 덜덜 떨더군요. 장진영씨는 캐릭터와 본인과의 이질감 때문에 힘들어 했는데도 결국 자기 몫을 해내는 좋은 배우입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배우 김남주와의 사이에서 딸을 얻은 뒤 생활뿐만 아니라 연기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행동도 신중하게 하고, 연기도 좀 더 진중해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단다. “아내만 있는 거랑 애까지 있는 거랑은 차이가 많이 나죠. 2세가 생기니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네요.”

김승우는 연말까지는 무조건 쉴 계획이다. 쉼 없이 달려온 만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다. “다음 작품요? 남자들끼리 몸으로 부딪히며 교감하는 영화, 제 또래 남성들의 척박한 삶을 다룬 영화라면 연기할 맛이 날 듯해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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