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거북이의 고공 비행이 이어지고 있다. 3인조 혼성그룹 거북이가 2년 만에 내놓은 4집 앨범의 타이틀곡 ‘비행기’로 온ㆍ오프라인 가요 차트의 정상을 꿰찼다. 2002년 데뷔곡 ‘사계’부터 ‘왜 이래’, ‘빙고’,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 입에 착착 붙는 가사, 그리고 친근한 이미지로 사랑을 받아온 거북이. 하지만 지상파 방송 음악 프로그램에서의 1위 등극은 처음이라 무척 고맙고 부담스럽다고 했다.
“남들이 우리 음악은 잠자기 전에 듣는 댄스 곡이래요. 듣다 보면 잡념이 없어지는 편안한 노래라나요. 하하하….” 리더 터틀맨(36)의 다소 썰렁한 농담에는 거북이 노래의 특징이 담겨 있다. “비행기를 처음 탈 때의 설렘을 담은 ‘비행기’도 마찬가지죠. 어릴 적 기억들은 다들 좋게 남아 있잖아요. 동심으로 돌아가자는 거죠.”
금비(24), 지이(26)도 맞장구를 친다. “어떤 상황을 설정해서 사랑을 노래하는 것은 거추장스러운 옷처럼 우리에게 맞지 않죠.” “음악만 편안하나요? 외모도 그렇잖아요.” 두 사람은 “어제도 버스를 탔는데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더라”면서 “무대 위 모습은 다 화장발이라, 넉넉한 외모의 터틀맨 오빠를 알아보는 팬들이 가장 많다”며 깔깔 웃는다. 사이 좋은 오누이 같은 이들의 꾸준한 인기 비결은 이처럼 ‘있는 척’하지 않는 솔직함에서 나온다.
높은 인기 덕에 다른 방송 프로그램 섭외도 많겠다고 하자 고개를 젓는다. “데뷔 초에 섭외가 많이 들어왔지만 나가기만 하면 편집되던걸요?”(지이) 이들은 오락 프로그램에는 출연하지 않겠다는 기준 같은 건 없지만, 방송에 나가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있을까 봐 부담스럽다고 털어놓는다. “솔직히 음반 시장이 불황이잖아요. 그 때문에 우리가 설 수 있는 공개 방송도 많이 줄고, 건강도….” 터틀맨은 지난해 심근경색으로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앨범 전곡의 작사, 작곡, 편곡까지 맡은 그는 작업에 몰두하다 보니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는 나갈 틈도 없다고 한다.
다른 곳에 곁눈질하기보다 라이브 무대 위주로 활동하고 싶다는 거북이.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은 무얼까. “내가 좋아하는 노래보다 대중들이 듣고 싶은 노래를 하고 싶어요.”(금비) “가수에게는 각자의 몫이 있는 것 같아요. 장윤정씨는 젊은 트로트, 동방신기는 10대를 열광시키는 멋진 무대…. 우리는 신나는 노래죠.”(지이) “우리는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말 그대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우리 노래를 듣고 기분이 좋아지길 바라는 거죠.”(터틀맨)
거북이에게는 연예인하면 떠오르는 스타 의식이 없다. 하고 싶은 음악도 소박하다. 화려한 무대에서 현란한 춤 솜씨나 연주 실력을 자랑하는 건 자신들의 몫이 아니란다. 이런 꾸밈없는 음악관은 그룹 이름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처음엔 영어 약자 등 멋진 이름을 지어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아 제 별명으로 정했어요. 나중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지만,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꾸준히 정상을 향해 가겠다는 뜻도 담아서.”(터틀맨)
거북이의 후속곡은 ‘야’. “과소비를 꼬집은 ‘왜 이래’와 샐러리맨의 애환을 그린 ‘빙고’처럼 우리 주변의 얌체들을 풍자했죠.” 올 여름 사람들의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들며 동심을 찾아 준 거북이. 그들이 던지는 세상에 대한 쓴 소리가 무엇일지 벌써부터 귀가 솔깃해진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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