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낮 12시 서울 정동 덕수궁 옆 성공회대성당에서 ‘정기 콘서트’가 열렸다. 점심시간 짬을 내 들른 직장인 등 50여명의 관객은 주먹밥을 입에 문 채 느긋한 표정으로 ‘내 가슴에게 미안해’ 등 가수 리아의 라이브 공연을 감상했다.
“간단하게 점심도 해결하고, 이웃도 돕고, 스트레스도 잠시 잊고…일석삼조죠.”
성공회 푸드뱅크가 2004년 9월 이후 매주 수요일마다 ‘나눔이 있어 행복한 점심’을 주제로 열어온 주먹밥콘서트(주먹콘)가 이날로 2년을 맞았다. 주먹콘은 밥 굶는 이웃을 돕기 위한 기금마련을 목표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한 달이나 채울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이제 ‘자선과 문화가 행복하게 만나는’ 작은 상설무대로 자리잡았다.
박동현(48ㆍ현대종합상사 부장)씨는 “대학생 딸이 리아를 좋아해 오늘은 함께 공연을 보러 왔다”며 “이런 공연이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딸과 함께 주먹밥값으로 1만원을 성금함에 넣었다.
푸드뱅크 사무국장 김한승(40) 신부는 “일회성 동정심이 아니라 생활 주변에서 기부문화를 정착시키는 방안을 고민하다 주먹콘을 시작했다”며 “무료 공연에 나서준 가수와 성금을 내준 시민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날 76회를 맞은 주먹콘에는 안치환 정태춘 김C 등 100여명의 가수가 출연했다. 교회와 어울리지 않는 닭벼슬 머리의 펑크밴드가 무대에 오른 적도 있지만 “이웃에 도움을 주는 음악이 곧 찬송가”며 신부님과 수녀님들도 함께 즐거워했다. 푸드뱅크는 2년 동안 모은 성금 1억5,000만원을 거리노숙인을 위한 버스급식, 독거노인 반찬나누기, 결식아동 돕기 등에 쓰고 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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