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인 박정권(박건형)과 기성현(이천희), 유경로(MC몽)는 학교를 넘어 학군까지 주먹으로 천하 통일하고, 양아치들의 집산지인 동네 뚝방까지 점령한다. 모든 것을 이룬 정권은 더 넓은 조폭의 세계로 떠나며 성현과 경로도 제 갈 길을 찾는다. 몇 년 뒤 뚝방은 다시 양아치들 차지가 되고, 정권이 돌아온 후 성현과 경로는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다시 뭉친다.
‘뚝방전설’은 조폭 코미디라는 단어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만드는 영화다. 조폭 코미디는 “식사 허셨습니까? 행님”이라는 대사로 압축되는, 조직 폭력배들의 행태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코미디의 변형 장르다. 회칼과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고 몸이 하늘을 날아 다녀도, 피비린내는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것이 장르적 특징이다. 포복절도 할 대사와 엉뚱한 에피소드로 관객의 웃음보를 겨냥하는 것은 당연.
‘뚝방전설’은 이런 장르적 관습을 거부한다. 대신 조폭 영화 ‘친구’를 연상케 하는 풍경을 그대로 껴안는 동시에 ‘가문의 영광’류의 촌철살인적 유머를 섞는다. 조폭의 실상을 그대로 담아낸 리얼리티 코미디이면서, 나아가 새로운 의미로서의 ‘조폭 코미디’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뚝방전설’은 참신하다.
구태의연한 틀을 깨고 장르적 특성을 매끄럽게 이종교배 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불량기 가득한 대사들로 웃음을 자아내면서, 빛 바랜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려는 수컷들의 허욕을 다룬다는 점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문제는 영화가 코미디에 집중하지도 않고, 약육강식의 조폭 세계를 집중 조명하지도 않는,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 사회에 막 던져진 별 볼일 없는 청춘들이 세상을 알아간다는 성장 드라마의 감동은 찰기 없이 이어지는 폭력과 웃음에 희석된다. 영화적 재기는 넘치나, 이를 뚜렷한 메시지로 연결해 풀어내지 못하는 것도 약점이다.
정권이 조폭 세계에 뛰어들었다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현실을 겪은 뒤 고작 깨달은 사실이 ‘경찰은 신고 후 늦어도 15분 안에 도착한다’는 것이라니. 94분간 영화적 재미를 쉼 없이 던져주지만 결국 ‘뚝방전설’이 허망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인디 영화 ‘양아치 어조’로 주목 받은 조범구 감독의 충무로 데뷔작이다. 7일 개봉, 18세.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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