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동쪽으로 70㎞ 정도 떨어진 시골마을 갈란타. 삼성전자 폴란드 공장과 함께 유럽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의 LCD TV와 PDP TV가 생산되는 본거지다.
TV의 유럽연합(EU) 수입 관세는 15%. 이를 극복하기 위해 패널만 한국에서 수입, TV 완제품으로 조립하는 삼성전자 슬로바키아 생산 법인을 세운 것이 4년전이다. 2004년 8월 이곳을 방문한 이건희 그룹 회장이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극복될 수 없는 장벽은 없다’는 글을 남긴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4만3,000평 규모의 공장 안에서는 LCD TV와 PDP TV의 6개 생산 라인이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하루 2교대로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양영찬 경영지원팀장(상무보)은 “LCD TV와 PDP TV에 대한 수요가 폭증, 주문량을 채우는 데 진땀을 흘리고 있다”며 “생산 시설을 풀 가동하고 있는 데도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 생산량은 매년 100% 가까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TV와 모니터를 합쳐 2003년 162만대에 불과했던 생산량은 2004년에는 324만대, 지난해엔 500만대까지 증가했고 올해는 72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로인해 현재 이곳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생산성을 높여 주문량을 채우느냐 하는 것. 공장에선 먼저 기존 컨베이어 생산 방식을 셀 방식으로 대폭 전환하고 있었다.
한 근로자가 한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조립하는 셀 방식은 처음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동기 부여가 가능, 생산량을 크게 높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양 상무보는 “셀 방식의 경우 생산성은 컨베이어 방식에 비해 30% 이상 높은 데다 불량률도 적다”며 “자격증 부여, 보너스 지급, 해외 연수 기회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 생산량 증대를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혁신도 삼성전자의 평판 TV가 유럽 시장을 평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 슬로바키아 생산 법인 바로 옆엔 삼성전자 슬로바키아 중ㆍ동구 통합 물류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5월부터 각 판매 법인의 재고 관리를 유럽의 정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이곳으로 한 데 모은 것. 유럽 어디든지 주문 후 24시간 이내에 물량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또 재고 일수도 10일에서 7일로 단축, 물류비를 크게 줄였다.
팔리는 거래선에 실질적 공급이 이뤄짐에 따라 전체 판매량도 늘어났다. 결국 삼성전자는 이러한 현지화를 통해 관세 장벽을 뛰어 넘고 스피드 경영을 실현, 시장을 장악했다.
LG전자가 당초 예정보다 6개월이나 앞당겨 이달말부터 폴란드 브로츠와프 LCD TV 공장을 본격 가동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전자는 이미 LCD TV와 PDP TV를 생산하고 있는 폴란드 므와바 공장의 설비도 늘려 올해 600만대의 평판TV 생산 능력을 2010년에는 1,100만대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연구ㆍ기획부터 생산과 물류 및 판매까지 현지화를 강력하게 추진한 것이 한국 기업들이 유럽 평판 TV 시장을 장악하게 된 비결 중 하나”라고 밝혔다.
갈란타(슬로바키아)=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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