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공산당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이 5일 5박6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1997년 일본공산당 소속 국회의원이 국제의원연맹(IPU) 총회 참석차 방한한 적은 있지만 당 대표가 한국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시이 위원장의 표면적인 방한 목적은 제4회 아시아 정당 국제회의(7~10일)에 참석하는 것이다. 이 회의 서울 개최를 계기로 조직위원장인 열린우리당 김명자(金明子) 의원이 지난 3월 도쿄(東京) 일본공산당 본부를 방문, 시이 위원장에게 직접 초청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진짜 목적은 한국과의 교류를 본격적으로 모색하는 것이다. 시이 위원장은 방한 기간 중 여야 정치인과 정부관계자를 만나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일본공산당이 지난 96년 처음 제기한 이후 한국 정부의 거부로 정체 상태에 있는 당 기관지 ‘신문 아카하타(赤旗)’의 서울 지국 개설 등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공산당 대표의 방한은 일본공산당이 한국과의 교류를 추진한 지 10년 만에 성사된 것이다. 일본공산당은 97년 후와 데쓰조(不破哲三)위원장-시이 서기국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천황제와 자위대를 용인하는 ‘현실ㆍ유연 노선’의 ‘보통 정당’을 추구해 왔다. 이때부터 민주화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으나, 한국측의 소극적인 자세 때문에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1월 후와가 퇴진하고 뒤를 이은 시이 위원장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방한을 선택한 셈이다. 한국과는 일본의 침략역사를 비판적으로 보는 역사관이 일치하는 등 공통점이 많다고 판단하는 시위 위원장은 이번 방한을 통해 ‘보통 정당’인 일본공산당을 내외에 알리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공산당은 76년 제13회 전당대회에서 복수정당제와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 언론자유를 인정하는 ‘자유와 민주주의 선언’을 채택하며 소련공산당, 중국공산당과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북한과는 이미 60년대 들어서 주체사상 비판 등을 제기하며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결국 결별했다.
한때 한국을 ‘남조선’으로 부르고, 한국 군사정권 관계자들의 방일을 반대했던 일본공산당이 시이 위원장의 방한을 통해 한국과 한국 국민에게 얼마만큼 다가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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