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통일부 기자실에선 개성골프장 건설 문제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북측이 2000년 8월 현대와 체결한 개성지역 개발 합의서를 무시하고 유니코종합개발측과 개성골프장 건설에 합의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북측의 이중계약에 대한 통일부의 명쾌한 유권해석을 기대했던 기자들은 그러나 브리핑 이후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통일부는 현대와 유니코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줄 것인지 정하지 못한 듯 계속 애매모호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결국 통일부 차관이 3시간이 지나서야 기자실을 다시 찾아 현대쪽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소동은 일단락됐다.
합의서를 쥐고도 사업을 제대로 추진 못해 이중계약의 빌미를 제공한 현대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근본 책임은 북쪽에 있다. 북측은 국제계약과 상거래 관행을 깡그리 무시했다. 6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 정몽헌 현대 회장을 만나 대북 송금 4억 달러의 대가로 개성공단, 명승지 개발 등 7대 사업권을 넘겨 줬음에도, 다른 사업자를 끌어들이는 이중플레이를 한 것이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단호하게 북측의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휘둘리는 인상을 주었다. "미사일 발사 이후 꼬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너무 저자세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만약 북측이 앞으로도 현대를 배제하고 제2, 제3의 업체와 개성사업을 추진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통일부가 계속 우유부단한 자세를 보인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대북 경제협력사업 전반의 질서를 잡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명확한 입장 정리를 해야 한다"는 한 대북사업자의 충고를 통일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불투명한 태도는 모두의 불신을 자초할 뿐이다.
정치부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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