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아트홀이 ‘컨페션’(Confession)에 낙점했다. 대형화, 외국에서 빌어 온 이야기, 호화 메커니즘 경쟁 등으로 분식된 우리 뮤지컬의 현실에서 창작물은 어떻게,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 지를 예시할 무대로 기대 받고 있다.
스타 가수를 꿈꾸는 웨이트리스(윤공주)와 죽음을 눈앞에 둔 작곡가(정성화) 사이의 절망적 사랑 이야기가 순정 만화처럼 그려진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에서 출발, 수입 뮤지컬 ‘렌트’(2000년, 신시)로 이어진 가난한 예술가들의 세계가 순국산 뮤지컬 ‘컨페션’ 까지 왔다. 지난해 1월 한 카페에서 가졌던 대본 낭독 공연 등 사전 준비 작업으로 팬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던 무대다.
‘컨페션’은 충무아트홀이 그 간의 경험을 밑천 삼아 선보이는 첫 창작 뮤지컬이다. 이 극장은 지난해 3월 개관한 이후 대ㆍ소극장을 오가며 두 달에 한 번꼴로 ‘그리스’ ‘찰리 브라운’등 외국 뮤지컬을 선보여왔는데, 5일에는 ‘제2회 창작 뮤지컬 쇼케이스’ 공연을 갖는 등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랑방 손님과 아버지’, ‘She’ 등 30편의 후보작에서 추려진 4편의 신작 창작 뮤지컬이 뮤지컬 제작사 등 관계자들 앞에서 맛뵈기로 공연된 자리였다.
극장측은 “매년 창작 뮤지컬 분야에 10억원을 투입, 창작 뮤지컬 공연의 메카로 거듭나겠다”며 “4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된 ‘컨페션’은 그 신호탄”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중구청 산하의 공익재단인 터에 상업성이 짙은 외국산 뮤지컬만을 고집할 수 없었다는 속사정도 함께 한다.
연출가 왕용범 씨는 “코미디나 섹스 코드 일변도로 가고 있는 요즘 창작 뮤지컬의 대세를 거스르는 ‘착한 뮤지컬’”이라며 “충무아트홀의 신선함에 잘 어울릴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60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공개 오디션에서 배우 7명의 앙상블로 압축했다”며 “주연을 맡은 정성화(31)의 변신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SBS 개그맨 공채 출신이지만 10년 경력의 뮤지컬 배우이기도 한 정성화에게는 ‘한국판 톰 행크스’라는 애칭이 함께 한다. 둘 다 코미디언에서 진지한 배우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음악은‘이런 느낌이겠죠’ ‘약속해요’ 등을 만든 뮤지컬 전문 작곡가 변희석이 쓴 곡 14편. 음악 반주는 물론, 비오는 소리 등 효과음까지 클래식 연주자 4명이 무대 2층에서 연주한다. 뮤지컬 음악 경력 9년의 작곡가는 “클래식적인 접근 방식을 최대한 견지했다”며 “OST에 기대가 크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단 한번뿐인 인생 후회하고 싶지 않아. 난 이 시대 최고의 프리마돈나가 될 거야.” 웨이트리스 ‘태연’이 청아한 목청으로 뽑아 올리는 아리아 ‘최고의 가수가 될 거야’. 21세기 한국 젊은이들의 꿈이다.
공연장인 충무아트홀 소극장은 두 달 전, 300석 소극장 규모의 음향 시설로는 최고급인 48채널 시스템으로 재정비를 마쳤다. 19일~11월19일, 화~금 오후 8시, 토 4시 7시, 일 3시 6시. (02)501-7888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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