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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아줌마는 여자하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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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아줌마는 여자하면 안되나

입력
2006.09.05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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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투명인간 최장수’의 장수(유오성)는 세 여자로부터 버림받는다. 어린 시절 재혼한 어머니에게 버림받았고, 결혼해서는 가정에 소홀한 그를 견디다 못한 소영(채시라)에게 이혼 당하고, 알츠하이머에 걸린 뒤에는 딸의 고생을 보다 못한 숙자(김자옥)에 의해 요양원에 보내진다. 물론 장수 대신 가족을 돌본 소영이나 그런 딸을 측은해 하는 숙자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들은 다만 남자들보다 더 현실적일 뿐이다.

장수의 사랑은 이런 ‘현실’을 뛰어넘는다. 장수가 목숨 걸고 일에 매달린 것은 장애아인 아들 때문에 돈을 더 벌기 위해서였고, 신장병을 앓는 소영에게는 자신의 신장을 떼어주려 한다. 그에게 등 돌렸던 여자들도 이런 사랑에 감동해 현실을 뛰어넘어 장수를 돌본다.

그러나 ‘투명인간…’은 이 과정에서 그녀들이 겪는 힘겨운 현실을 생략한다. 장수의 병 수발에 두 아이의 육아까지 떠맡아야 하는 현실과 장수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영의 갈등은 부각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소영이 이혼한 장수를 돌보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듯 여겨진다. 반면 숙자의 행동은 이해는 되지만 매우 냉정한 선택처럼 보이고, 결국 숙자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다. ‘투명인간…’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느라 오히려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가장의 사랑을 보여주지만, 반대로 병에 걸린 아들이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이 뭔지도 모르는 장수 대신 가족을 돌본 소영이 한 번 더 ‘희생’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최근 종영한 SBS ‘돌아와요 순애씨’ 역시 방송 내내 일석(윤다훈)이 아내 순애(심혜진)와 불륜상대 초은(박진희) 사이를 오가지만, 순애는 일석이 ‘진심으로’ 사과하자 이혼을 포기하고 함께 산다. 남편은 한 번의 진심이면 되는데 아내의 선택은 ‘냉정한’ 것으로 묘사되는 드라마의 현실.

“아줌마는 왜 꿈꾸면 안되는가. 아줌마는 여자가 아니란 말인가”라는 ‘투명인간…’ 홈페이지의 문구처럼, 요즘 주부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들은 ‘여자’가 되고 싶은 주부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드라마들은 결국 주부는 ‘좋은 아내’가 돼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닐까. 남자가 불륜을 저지르고, 집에 좀처럼 오지도 않아 ‘투명인간’이 돼도 말이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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