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는 물론 외국 유명 대학 진학도 떼논 당상이다."
지난해 초 경기 파주에서 문을 연 '대안학교'H교는 대학교수와 대기업 간부, 사업가 등 중산층 이상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명문교 입학'을 약속하며 자녀들의 입학을 권유했다. 이 학교는 기부금 1,000만원, 수업료와 각종 프로그램 참가비 한 달 평균 70만원, 학생 1인당 노트북 1대 지급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여느 대안학교와는 달리 고급 사설 입시학원에나 어울리는 '교육 목표'을 표방한 셈이다.
초등학교 1~5년생 9명은 지난해 초 1기생으로 이 '귀족학교'에 입학했고,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엘리트 코스를 밟게 된다는 꿈에 부풀었다. 학부모 A씨는 "외국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말에 설마 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고 입학 당시를 회고했다.
학부모들은 그러나 "뭔가 잘못 됐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A씨는 "교장은 과목을 늘릴 때마다 비용을 더 달라 요구했다"며 "노트북은 고사하고 교실에 TV 한 대 없었다"고 했다. 유명학원장 출신의 교장은 또 약속과 달리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 학교를 세웠고 등ㆍ하교 버스도 학부모들이 직접 돈을 모아 운행했다.
학부모 B씨는 "기부금 1,000만원은 도대체 어디다 썼냐고 물었더니 내역은 공개할 수 없지만 지역 청소년을 돕는데 썼다는 통지문을 보내왔다"며 "1년 반 넘게 영어 수업은 단 한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C양(5학년)의 학부모는 "잘못을 한 학생에게 각서를 쓰게 하고 다른 학생들에게는 그 학생이 그 동안 잘못한 내용을 낱낱이 적어 내도록 했다"며 "아이는 집에만 오면 학교 가기 싫다며 울었다"고 했다.
결국 1기생 9명은 이번 학기에 모두 이 학교를 떠나 일반 학교로 옮겼다. 학부모들도 4일 모임을 갖고 교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키로 했다. 학생들은 1년 6개월 동안 죽도 밥도 아닌 허송세월을 보낸 셈이다.
H초등학교 관계자는 "학기 마다 대안학교에서 실패하고 돌아오는 학생이 몇 명씩 된다"며 "공교육에 내 아이 맡기기 싫다고 떠났다가 돈만 더 쓰고 말았다며 후회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대안교육 전문가 김경욱씨는 "대안학교는 공교육의 단점을 보완하자는 취지의 교육 운동으로 시작했다"며 "하지만 학교의 목표와 학부모들이 원하는 바가 달라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한 정신수양 단체가 강원도에 만든 대안학교에서는 국어,영어,수학 보다 정신 수양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자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 학생들이 대거 이탈하기도 했다.
법무법인 현우의 박동수 변호사는 "교육법에는 대안학교의 설립 요건이나 관리,감독에 대한 구체적 시행령이 전혀 없는 데다 당국은 대안학교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를 입더라도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은 만큼 학부모들이 대안학교를 보내는 목적을 구체적으로 정한 뒤 학교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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