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기 총리가 유력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관방장관과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대한 수정주의적 해석을 요구해온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뒤틀린 역사관이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란 핵 문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란을 방문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3일 테헤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홀로코스트 비극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말해 홀로코스트가 조작 또는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이란 정부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아난 총장이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란의 시각에 불만을 제기한 것은 테헤란에서 열리고 있는 ‘홀로코스트 국제 만화전’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마호메트 풍자 만평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달 14일부터 한달간 개최 중인 전시회에는 왼손에 홀로코스트 관련 책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나치식 경례를 하는 자유의 여신상을 그린 것 등 홀로코스트를 풍자하는 작품들이 출품됐다.
아난 총장은 2일 마누셰 모타키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에서 “마호메트 만평 만큼이나 이 만화들도 불쾌하다”며 “증오를 야기하는 것은 무엇이든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외무부는 “홀로코스트는 침범해서는 안 되는 성역이 아니며 전시를 주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고 반박했다.
이란과 아난 총장은 홀로코스트를 둘러싸고 한차례 충돌한 적이 있다. 지난해 11월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이스라엘은 지도상에서 사라지거나 독일이나 미국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키자 아난 총장은 이란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아흐마디네자드는 홀로코스트를 ‘신화’라고 묘사하는 등 나치가 유대인 600만명을 학살했다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서구의 주장은 조작되거나 과장됐다고 주장해왔다.
아베 관방장관은 4일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보도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관한 기사에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역사 인식에서 닮은꼴로 비교됐다.
슈피겔은 아베 장관이 도쿄(東京) 재판에 대한 역사가의 고찰이 필요하다고 한 발언에 대해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역사수정 지향’이라는 점에서 닮았다”고 지적했다. 아베 장관이 이 같은 생각을 갖게 된 배경으로는 산업정책의 측면에서 전시체제를 구축했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영향이 컸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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