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임자의 급여를 회사가 지급하는 관행과 단일 사업장에 복수노조를 둘 수 없도록 한 규정이 다시 최소 5년 간 연장될 전망이다.
한국노총과 재계의 합의에 정부가 '존중' 의사를 밝혔다. 이대로라면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은 핵심인 복수노조와 전임자 급여 문제를 뺀 껍데기만 남을 전망이다.
우리는 이런 움직임을 잘 이해하기 어렵다. 선진화 로드맵의 기본 취지와 동떨어지는 '타협'의 결과를 대하면서 도대체 이 나라에 정부가 있는지, 법이 설 자리가 있는지가 의심하게 된다.
1997년 3월에 만들어진 조항을 다시 5년 간 유예한다면 15년 간이나 법률이 시행되지 못하는 이상 사태를 맞게 된다. 유예조치는 차기 정권 말기에 끝나지만 다시 연장될 수도 있다. 차라리 관련 조항을 폐기하는 것이 정직한 태도일 것이다.
노사의 '주고받기' 타협의 배경을 모를 바는 아니다. 전체 노동조합 가운데 90% 가까이가 조합원 300명 이하이고, 금속연맹을 비롯한 일부를 빼고는 산별로의 전환도 늦다. 전임자 급여가 소규모 조합에 큰 부담임을 생각하면 노조의 위축이 불을 보는 듯하다.
또 사업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낮은 노조 조직률에서 보듯 단일 노조조차 꺼리는 기업이 많은 마당이니, 기업은 복수노조 설립을 피하고 싶어 한다. 산별 전환으로 노조는 전임자 급여 부담을 덜 수 있지만, 기업의 거부감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이런 현실적 문제는 얼마든지 달리 풀어볼 수 있었다. 노동조합법 부칙 5조 3항은 복수노조를 설립할 때의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노동부 장관이 올 연말까지 강구하도록 했다. 소규모 노조의 전임자 급여 문제도 일부 경과 조치가 검토돼 왔다. 정부가 그런 조치를 서둘렀더라면 처음부터 두 문제가 노사 선진화 로드맵과 연계돼 협상에 올라올 일도 없었다.
10년 허송세월이 아깝지만 아직 4개월이 남았다. 노사관계 선진화에 일말의 미련이라도 남아 있다면,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공법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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