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1357을 아세요?"
이현재(57) 중소기업청장은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대뜸 이렇게 묻는다. 곧바로 "아직도 그걸 모르냐" 는 핀잔(?)과 함께 특유의 솔직함과 재치 있는 언변으로 설명을 이어간다.
SPI(www.spi.go.kr)은 중소기업을 위한 인터넷 정책포탈이다. 중소기업 관련 정책을 실시하는 모든 정부 부처와, 16개 시ㆍ도 등 232개 기관의 1,462개 정책 및 행정규정 5,804개가 망라돼 있다.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인 자금, 인력, 판로, 기술 문제를 비롯해 창업, 소상공인, 세제, 행정규정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실려 있다. SPI는 빠르고(Speedy) 정확한(Precise) 정보(Information)를 제공한다는 뜻. 인터넷 대신 전국 어디서나 국번없이 전화 1357을 돌려도 된다. 그래서 SPI-1357이다.
요즘 중기청이 변했다는 소리가 업계에서 자주 들린다. 이런 변화의 진앙지는 이 청장이다. 오는 22일로 취임 6개월을 맞는 그는 그 동안 매주 한 차례씩 꼭 제조현장이나 재래시장을 찾아 업계의 어려움을 듣고 개선방향을 고민해 왔다.
"현장을 돌아보니 중소기업과 관련된 수많은 정책 정보를 정작 수혜자인 기업들이 제대로 알지도,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음을 파악하게 됐어요."
이 청장은 "중소기업 정책은 관련기관이 많고 지원내용도 다양해 기업인이나 예비창업자가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7월부터 본격 서비스를 개시한 SPI-1357을 중소기업 지원 정책혁신의 대표 브랜드로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실 중소기업이 당면한 어려움은 정보부족만이 아니다. 청년실업자가 40만명인데도 중소 제조업체에는 10만명의 인력이 부족한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이 청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강조한다.
"삼성이나 현대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좋은 중소기업이 참 많습니다. 또 이런 중소기업엔 CEO가 되거나 개인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대기업보다 훨씬 넓게 열려있습니다."
이 청장은 젊은이들의 인식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 여름 서울소재 4개 대학생들이 혁신형 중소기업을 체험하는 '대학생 창업정신 함양 프로그램'을 실시, 호평을 얻었다.
도쿄 상무관 출신의 일본통인 이 청장은 "한일 무역역조가 더욱 악화되고 있어 걱정"이라며 "이를 극복하려면 (소재ㆍ부품분야의) 중소기업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2008년까지 혁신형 중소기업 3만개를 발굴 육성해,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소재산업을 키우지 않으면 우리경제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이것이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할 이유지요. 물론 중소기업들도 스스로 혁신을 통해 변화한다면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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