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은 천재 화가 이중섭이 타계한 지 50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기념 전시회나 행사 소식은 없다. 지난해 3월 서울옥션 경매 이후 불거진 위작 시비가 1년 반이 넘도록 깨끗이 해결되지 않아 50주기를 기념하는 움직임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김환기, 박수근 등과 함께 최고가에 거래되던 이중섭 작품이 위작 시비 이후 아예 경매에 나오지 않는 등 거래가 끊어졌다.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 2,700여 점을 갖고 있다는 김용수 한국고서연구회 명예회장이 소장품으로 열려던 이중섭 50주기 미발표 작품전도 무산됐다. 그가 갖고 있는 작품이 위작 시비에 휘말려 지난해 봄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몽땅 압수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 수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논란이 된 이중섭과 박수근의 그림 58점에 대해 ‘위작으로 의심된다’고만 했지 ‘위작’이라고 단정짓지는 않았다. 이런 와중에 5월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린 ‘근대의 꿈 아이들의 초상’ 전에 모처럼 이중섭의 그림이 나왔지만 또다시 위작 논란이 불거지자 아무도 이중섭 50주기를 챙기려고 나서지 않게 됐다.
이중섭 작품의 위작 여부를 놓고 그동안 3건의 고소가 있었다.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지난해 3월 서울옥션 경매에 나온 이중섭 그림 4점이 가짜라고 주장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경매 한 달 뒤인 4월, 문제의 작품을 경매에 내놓았던 이중섭의 아들 이태성씨가 감정협회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다시 한 달 뒤인 5월, 이번에는 박수근의 장남 박성남씨가 김용수 명예회장을 위작 유포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김용수 명예회장은 무고와 명예훼손이라며 박성남씨와 감정협회를 상대로 맞고소를 했다. 박성남씨의 고소 건만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고, 다른 두 건은 무혐의 처리됐다.
이중섭은 불우했다. 40년 짧은 생애 동안 가난에 시달리다 병들어 죽었다. 숨진 후에도 무연고 환자로 분류돼 사흘이나 시체실에 방치돼 있었고, 뒤늦게 사망 소식을 접한 친지들이 그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렇게 떠난 지 50년, ‘국민 화가’라는 칭송이 무색하게 그의 기일은 어지러운 분쟁 속에 쓸쓸하게 지나갈 전망이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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