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청계천을 따라 광화문에서 뚝섬까지 걷기로 했다. 그 거리가 장장 42㎞라는 정보에 따라 우리는 8시간은 족히 걸을 각오를 했다. (나중에 비웃음을 산 그 정보는 내가 입수한 것이다.
분명히 신문에서 그렇게 봤는데,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기사인지 내 눈인지 내 기억인지.) 그래서 뚝섬의 서울 숲에 도착할 때쯤 날이 훤하도록 우리는 밤 11시에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퇴근 후 시간이 많이 비어 난처한 친구도 있어 결국 8시에 모이게 됐다.
각자 도중에 먹고 마실 것을 준비하기로 했건만 다들 홀홀한 빈손으로 왔고, 근처에서 산 김밥도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다 먹어치웠다. 행장을 단출하게 하겠다는 일념들로. 그 밤도 청계천변엔 사람이 우글우글했다. 길 위로 평화시장이 보이면서부터야 서서히 한적해졌다. 정릉천이 합류하는 곳을 지나니 인적도 휘황함도 가시고 진정한 개천 맛이 나기 시작했다.
천변 뚝방에서 한 번, 농구대가 있는 놀이터에서 한 번, 두 번을 쉬고 살곶이다리에 다다랐다. 거기서부터 서울숲 이정표를 찾으며 걷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어처구니없게 동호대교가 보이고 곧 눈앞에서 한강이 장하게도 흘러갔다. 자정 직전이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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