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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월마트의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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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월마트의 시련

입력
2006.09.0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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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노동자를 착취하고 국가경제를 망치는 기업'. 세계 최대의 할인점 업체 월마트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이런 극단적 평가를 동시에 받으며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해 유가상승으로 엑슨모빌에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5년간 매출액 세계 1위 기업을 고수한 초우량 기업. 2003년에는 경제전문지 포천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으로 선정된 미국의 상징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열악한 근무여건에다 값싼 중국산만 수입해 미국경제를 무너뜨리는 기업으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표적이 되고 있다.

▲ 차기 대권을 꿈꾸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올 초 월마트가 5,000달러의 후원금을 전달하자 "악덕 기업의 돈은 받을 수 없다"며 내쳤다. 월마트가 민주당으로부터 '공공의 적' 취급을 받는 배경에는 공화당의 돈줄이라는 정치적 이유가 있지만 보수적 경영스타일이 빌미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1962년 소도시의 조그만 슈퍼마켓에서 출발한 월마트는 92년 타개한 창업주 샘 월튼의 철저한 최저가전략으로 비약적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무노조 정책을 고수하고 임금과 복지혜택도 경쟁기업보다 열악한 편이었다.

▲ 최근 월마트는 밖으로도 시련에 직면해 있다. 올해 한국과 독일에서 현지화 전략에 실패해 잇따라 철수하는 수모를 겪었다. 철수에 따른 손실로 올해 2ㆍ4분기 순이익이 10년 만에 처음 감소세를 기록했다.

무노조 원칙도 중국에서 깨졌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중국시장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미지 제고를 위해 고용한 유명 민권운동가가 "유대인, 한국인, 아랍인이 흑인지역에서 신선하지 않은 빵과 고기, 야채를 비싸게 팔아왔다"는 인종차별 발언을 해 오히려 화를 불렀다.

▲ 명예를 훼손당한 LA의 한인 상인단체는 최근 월마트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이래저래 월마트 사태는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은 아니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행동을 윤리적 잣대로만 재단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싸움에 기업을 끌어들이는 것 역시 그렇다.

하지만 사회 공동체적 질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집단으로서 그에 상응한 의무와 책임을 요구 받는 것은 당연하다. 자본주의 천국인 미국에서도 윤리경영과 사회공헌이 화두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세계 최고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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