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제활동 지표들을 살펴보면 자동차업계 노사분규가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새삼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6월 현대자동차에서 시작된 분규와 파업은 기아차, GM대우차, 쌍용차 등 르노삼성차를 제외한 모든 국내 완성차 업체를 릴레이식으로 거쳐갔다. 16만여대의 생산차질과 2조5,000억원이란 피해를 남겼다.
경제 전체에 미친 피해는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을 5.5%로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7월까지만 해도 산업생산 증가율은 7%의 탄탄한 증가세를 유지해왔다. 2.9% 증가할 수 있었던 소비재 판매도 오히려 0.5% 감소해 내수위축을 가져왔다. 8월 무역수지 흑자가 6억2,000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반 토막이 난 이유에는 기아차와 쌍용차의 파업으로 자동차 수출이 1.1% 감소한 탓이 크다.
이처럼 국내 경기는 자동차산업의 동향에 따라 울고 웃는다. 전체 산업생산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9.1%로, 전기전자산업(14.8%)보다는 낮지만 연관업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감안하면 가장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러한 중요도에 비해 자동차업계의 노사관행은 어떤 분야보다 후진적이다. 노조는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벌이고, 사측은 파업의 피해를 겁내 결국 노조 요구에 굴복하는 행태를 반복한다. 한국자동차업계가 파업에 정신이 없는 사이 세계 1위 자동차기업 도요타는 2ㆍ4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13%, 39% 증가하는 사상최고 실적을 냈다.
1인당 조립생산성이 도요타의 60%에 불과한 현대자동차는 연평균 8.3% 임금을 인상했지만, 도요타는 미래에 대비한 투자를 위해 임금을 동결했다. 한국자동차 산업이 노사간 신뢰를 쌓지 못하고 파업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세계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산업의 실패는 곧 한국경제의 실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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