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유력한 차기 일본 총리 후보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3일 출사표를 던졌다.
아베 장관은 이날 히로시마(廣島)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0일 실시될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에 입후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베 장관은 “아직 나이가 어리니 좀 더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는 충고도 받았다”며 “그러나 많은 국민들의 강하고 따뜻한 기대를 진지하게 정면으로 받아들여 입후보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자민당 총재선거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무성 장관과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재무성 장관이 함께 겨루는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그러나 당 내외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아베 장관의 승리가 확정적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300표가 할당된 자민당 당원(약 122만명)과 403표가 할당된 국회의원의 투표로 이루어진다.
아베 장관은 출마 선언과 함께 ‘아름다운 국가 일본’을 내건 정권구상을 발표했다. 강력한 정부 만들기와 일본 주도의 외교안보 태세 구축, 헌법 개정, 교육 개혁 등을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우익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하는 보수 강경파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베 장관은 일본 주도의 외교안보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같은 총리 직속의 조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미일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며, 호주와 인도 등과 연계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대북 강경론자인 아베 장관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 등에 의연히 대응하겠다”며 대북 제재를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가장 주목을 끈 부분은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대한 입장이다. 평소 “(일본의) 헌법 전문은 패전국이 연합국에 제출한 사죄문과 같은 선언”이라고 주장해 온 아베 장관은 평화 헌법의 전면 개정 방침을 선언했다. 개헌 작업은 ‘전투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9조 2항의 삭제를 비롯, 자위군의 보유를 명기하는 것 등이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 정부가 ‘권리는 있지만 행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헌법 해석으로 보유 및 행사를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군국주의를 고취한 천황의 교육칙어를 대체한 교육기본법의 개정에도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교육기본법 개정을 통해 국가와 지역, 가정을 존중하는 마음을 기르는 교육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우익은 패전 후 재군비를 위한 헌법 개정과 천황체제 복귀를 노린 교육기본법 개정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아베의 정권구상이 이들의 염원을 실현시켜주는 쪽으로 가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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