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식구도 아닌데 우리가 그 사람의 비리에 대해 답할 필요가 있나요?"
철도청(현 철도공사)시절 이설공사 보상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2년간 서류조작을 통해 무려 29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하려는 데 대한 철도공사측의 답변이다.
"실태를 파악하려 해도 당시 조직과 서류가 철도시설공단으로 모두 넘어가 확인이 어렵습니다"라며 오히려 해당 직원이 다른 부처로 떠난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표정이다. 오래 전에 저질러진 비리를 건드려 괜히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상기시킬까 우려하는 태도도 엿보인다.
이번 사건은 보상 실무자가 허위서류로 손쉽게 결재권자를 속이고 부정을 적발해야 할 감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오죽했으면 공사 내부에서조차 "현장에서 보상금 지급에 앞서서 누군가 꼼꼼히 살펴보기만 했어도 방지할 수 있는 원시적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올까.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공조직이 허위문서 한 장에 거액을 결제하고, 사후점검도 대충했다고 하니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까 적자가 날 수 밖에 없지"라는 말도 들린다.
공사는 철도청 시절부터 툭하면 정부에 손부터 벌렸다. 고속철도 부채를 떠 안았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국고지원을 받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었다. 마침내 정부는 5년간 매년 부채이자 2,250억원을 국민세금으로 지원하고 선로 사용료 등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이 철 사장은 상징적으로 월급을 1원만 받기로 하는 등 엄청난 개혁과 혁신을 할 것처럼 외쳤으나 아직까지 변한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크고 작은 비리와 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서비스는 아직도 70~80년대 수준이다. 이처럼 방만하고 허술하면서 변하지 않는 조직에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지 국민들은 납득하기 힘들다.
허택회 사회부차장대우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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