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세상을 바꾼다.'
휴대용 단말기로 음악파일 100곡을 2.4초, 영화 1편을 5.6초면 전송받는다. 32개의 고화질(HD) 방송 프로그램을 전송받으면서 화상 통화와 초고속 인터넷을 검색한다.
공상과학(SF)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미래의 무선 이동통신 기술 덕분에 맞게 될 2010년의 생활상이다.
삼성전자는 31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세계 20여개국의 통신전문가, 언론인 1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래의 무선 이동통신 기술을 가늠하는 '4G(세대를 뜻하는 generation의 약자) 포럼 2006'을 개막했다. 9월 1일까지 열리는 이번 포럼에서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사장은 국내 최초로 4G 기술을 공개했다.
이번에 선보인 4G 기술은 정지한 상태에서 1Gbps, 시속 60㎞의 속도로 이동중인 차량에서는 100Mbps의 속도로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동영상 자료를 전송받아 실시간으로 감상하고 화상 통화를 즐길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다. 또 여러 명이 동시에 접속해 화상 회의를 하거나 자료를 주고받는 등 다자간 접속도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4G관련 국제회의는 세계 최대 규모 행사로, 지난 8일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된 3.5세대 기술인 휴대인터넷(와이브로, WiBro)이 삼성 주도로 통신 종주국 미국에 진출한 후 열렸다는 점에서 세계 이통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4G기술은 지난해 일본 NTT도코모와 독일 지멘스가 같은 속도로 선보였으나, 여러 기지국을 이동하며 끊어지지 않고 신호를 주고받는 핸드오버 기술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기존 휴대폰처럼 기지국과 기지국을 이동해도 신호가 끊어지지 않는 핸드오버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하는데 성공, 4G 상용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
실제로 제주 신라호텔을 출발한 시연 버스에 탑재된 4G용 단말기는 버스가 5㎞ 구간을 시속 50~60㎞로 달리는 동안에 15분 가량 대용량의 HD 동영상을 대형 LCD 모니터 화면에 끊어지지 않고 생생하게 재생,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동시에 화면 한쪽에는 작은 창이 나타나며 4G 포럼 생중계 화면이 등장했다. 2개의 영상은 한 화면에 동시에 표시돼도 전혀 끊어지거나 신호 간섭이 일어나지 않아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4G 기술은 미래 실생활에 적용할 경우 언제 어디서나 고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 휴대폰 하나로 원격 병원 진료 및 금융 거래는 물론이고 외출해서도 냉장고, TV, 에어컨 등 집 안의 가전제품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미래 공상영화에서나 본 일들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4G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기술은 개발 단계인 만큼 실용화를 위한 기술표준이 우선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주요 통신기구들은 내년에 열리는 세계주파수포럼(WRC)에서 4G용으로 할당할 주파수를 결정하고 2008년부터 기술 표준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기술 표준이 정해지면 2010년께 4G 기술의 상용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기태 사장은 "독자 개발한 4G 기술의 상용화에 주력해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주도권을 갖겠다"며 "이를 통해 차세대 이통시장의 먹거리를 한국이 창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제주=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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